[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가 글로벌 경영을 위해 서울 역삼동 사옥을 떠나 인천 송도동에 새 둥지를 틀기로 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해외 진출에 있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반면, 인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섞인 의견이 나온다.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형지는 오는 2021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본사의 송도 이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사용해온 역삼 사옥을 정리하는 대신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본사를 겸하는 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서울 역삼동 소재 패션그룹형지 사옥. (사진=신민경 기자)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는 부지 1만2501㎡(약 3780평)에 최고 23층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상 17층의 오피스 건물과 23층의 오피스텔, 3층짜리 편의·판매시설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형지의 주요 계열사와 협력업체 70여곳도 함께 옮겨온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돼 현재까지 3분의 1가량 진행됐다.

송도 입주의 주된 목적은 주력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기 위함이다. 인천국제공항과의 거리가 30km 안팎에 불과하다. 인천의 공항 인프라를 활용하면 주요 결정권자가 해외를 찾기 쉽고, 현지 바이어들이 국내에 방문해서도 보다 수월하게 미팅을 할 수 있다.

교복브랜드 엘리트를 만드는 형지엘리트는 중국 내 점유율 확대를 이끌 핵심 계열사다. 지난 2016년 중국 패션기업 빠오시냐오와 현지 합자법인인 상해엘리트의류 유한회사를 세웠다. 중국에선 학교가 학생들의 수요를 확인해 교복업체에 일괄 발주한다. 형지가 직진출이 아닌 중국 업체와의 합자를 택한 것은 학교와 기업 간 계약 방식이 활성화돼 있는 현지 시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계약고 162억원을 올린 형지엘리트는 송도 인프라를 발판으로 삼아 오는 2022년엔 연간 계약고를 35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지난 2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오른쪽)이 중국 상하이에서 오지택 빠오시냐오 회장과 만나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패션그룹형지 제공)

골프의류 기업 까스텔바작도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할 중심 동력이다. 까스텔바작은 지난 2월 중국 내 최대 골프웨어 판매업체인 100골프와 라이센스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뒤이은 3월엔 현지 유통전문기업 이링쥬패션과 계약을 체결해 캐주얼의류 부문의 유통망을 확보했다.

게다가 내수시장에서 기존 중장년 소비층마저 잃고 있는 형지로선 글로벌 진출이 최선책으로 보여진다. 형지는 지난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4.8%, 86.9% 줄어든 수치이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업계 불황과 소비 패러다임 변화의 탓이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매장을 직접 찾기 보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두 매장 중심의 성장 전략을 펼쳐온 의류기업들로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역삼동 소재 패션그룹형지 사옥. (사진=신민경 기자)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형지가 송도 본사에서 모범적인 해외 진출 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인재 수급과 관련해서는 우려섞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먼저 이번 사옥 이전에는 해외 진출에 대한 최병오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 패션중견기업 관계자는 "국내 중장년층을 겨냥한 매스티지 브랜드(준명품)들로 명맥을 이어오던 형지가 업계 위기를 뚫고자 송도에서의 경영 2막을 선언한 듯하다"면서 "'패션기업은 중심 상권인 강남에 위치해야 한다'는 실속 없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 의류 소매상 출신의 한 관계자도 "이전에도 형지는 기존 상권에 뛰어들기보다는 새 상권을 개척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면서 "주변에 롯데몰과 이랜드몰이 들어서기로 돼 있는 데다 아파트단지가 많은 관계로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을 듯하다"고 했다.

오는 2021년 8월께 완공될 패션그룹형지의 인천 송도 신사옥 조감도. (사진=형지 제공)

다만 송도로의 이동이 고용 측면에서는 선순환과 악영향을 함께 부를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역의 고용 평등에 앞장설 수 있는 반면 서울에 쏠린 전문직 인재를 끌어들이기엔 입지 매력도가 낮다는 얘기다.

앞서 서울 외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했다가 다시 원위치한 동종업계 전례가 있다. 글로벌세아의 자회사인 인디에프(옛 나산)는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2008년 8월 서울 대치동 본사 사옥을 매각했다. 이듬해 3월 경기 용인의 물류센터를 개조해 패션디자인연구소를 세웠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대치동으로 사옥 위치를 옮겼다.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느껴서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는 "인천의 패션업종 종사자와 구직자에게 일자리와 협업의 기회를 줌으로써 형지가 고용의 지역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 임직원들이 지리적 한계로 떠날 수 있는 데다 같은 이유로 다양한 신규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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