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불량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30일 이내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시정조치를 내렸다. 갈수록 더해가는 앱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제도 개선안을 함께 제시했다.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소비자가 환불을 받기 쉽게 하고, 필요 시 유료앱 출시 이전에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앱을 올려 사용자가 미리 이용해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권고한 것.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지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판매자 또는 개발사의 권리도 보호해줘야 한다.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필요성이 부각된 점을 차치하더라도, 앱 생태계가 활성화 단계의 첫 걸음을 뗀 상황에서 판매자 또는 개발사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한다면 양질의 앱이 개발될 수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한 쪽의 관점보다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 내용 중 앱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제공토록 한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왕이면 판매자와 개발사가 다를 경우 개발사도 명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앱 장터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앱에는 개발 업체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판매자도 특정 아이디로 표기돼 있는 사례가 빈번하다.

신규 앱 출시 관련 보도자료만 해도 어떤 이통사의 도움을 받아 개발하게 됐다는 부분은 커다랗게 적어놓고 누가 개발했는지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내용도 앱의 소개보다는 도와준 기관의 소개가 반이다. 이유를 물으면 1인 개발자가 개발한 앱이라거나, 소규모 개발사라 언급하지 않았다, 또는 알아보고 알려주겠다는 등의 소극적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공정위는 앱 판매자 또는 개발사의 신원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판매자와 직접 연락해 쉽게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앱과 관련된 수익은 1차적으로 앱 장터 사업자에게 들어오며, 신규 앱이 등록되면 세금 계산서 등의 절차를 밟아 2개월 가량이 소요된 후 판매자(개발사)에게 전달된다. 결국 최종 환불자는 앱 장터 사업자다.

실제 게임 앱을 제작하는 한 개발사의 사례를 들어보자. 엄마가 볼 일이 있어 잠깐 아이 곁을 떠난 사이 아이가 엄마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료 앱을 내려 받았고,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앱 장터를 거쳐 개발사와 연락해 환불 요청을 한다. 개발사는 바로 환불을 결정해 해당 앱 장터에 환불 내역을 보냈지만, 앱 장터에서 환불까지 일주일 가량이 소요됐으며 그 동안 어머니는 개발사에게 재차 환불 요청을 하며 그 와중에 개발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됐다.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사용자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열어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앞서 예를 든 개발사도 앱과 관련된 오류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용자와의 신뢰 구축을 위해 바로 환불 결정을 내려 앱 장터 사업자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건 불신뿐이었다. 이 개발사 관계자는 “환불 요청이 들어와 이를 승인해도 앱 장터에서 처리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 때문에 직접 환불을 해주고 싶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규모 앱 개발사로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에서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앱 장터 사업자와 판매자(개발사)의 내부정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답답한 쪽은 오히려 판매자(개발사)가 되버렸다. 환불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공정위 조치내용에 따르면, 만약 불량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가 환불을 받기 위해서는 기능상의 오류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공정위 전자거래팀 성경제 과장은 “오류 부분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앱 가격이 5000원이하로 소액이기 때문에 환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에는 많은 사용자가 앱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오류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오류에 관련된 지식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사용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IT와 관련된 지식이 전무하다면 사전을 활용해 영어 문장을 해석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앱을 주로 개발하는 한 업체 대표는 “앱에 오류가 나면 무조건 최종 구동시킨 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많다”며 “많은 앱을 설치해놓고 사용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앱끼리 충돌이 일어나 현재 구동되는 앱이 다운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마저도 최종 구동된 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류 기준부터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유료 결제 전에 먼저 앱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조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며, “유료 앱 출시 전에 한시적 무료나 부분 기능만 탑재한 체험판 앱을 우선 출시해 사용자가 이를 사용해보고 결제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소비자가 미리 앱을 써보고 구매하면 판매자(개발사)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권익 보장을 위한 환불 조치는 환영하지만 이와 관련해 상당수 개발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료 앱 개발 시 체험판을 별도로 만드는 부분은 어렵지 않지만, 이 때문에 벌어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1개의 앱이 아닌 2개의 앱을 나눠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부터 토로했다. 앱 개발사 대부분이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후 관리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두 번째는 불법 복제의 위험성이다. 안드로이드 앱의 경우에는 체험판을 불법 복제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 블랙마켓에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유료 앱을 내려받아 결제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제도 개선 방향에는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무료 앱을 우선 선보인 후 유료앱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는 불법 유통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애플 앱 생태계의 얘기다. 성공적으로 안착된 앱 생태계와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앱 생태계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가뜩이나 불법 복제로 애를 먹는 국내 사정상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공정위 측은 실제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국내 한 독립계 앱 장터의 경우는 불법 복제를 기술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법 복제해 배포하는 유통망을 모니터링해 경고 조치나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규모 앱 장터들은 별 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판매자(개발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앱을 배포할 수 있는 유통 경로부터 찾아야 한다.

국내 앱 생태계는 활성화 단계의 첫 걸음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09년 아이폰이 도입되며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된 지 만 2년째다. 애플은 앱 생태계를 구축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구글도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어느 정도 안착단계에 이른 사례에 비춰보면 아직은 국내 앱 생태계는 걸음마 수준이다. 다양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뿌리부터 튼실한 앱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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