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예전처럼 마시고 죽자는 회식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요즘은 간단히 마시고 끝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주로 순한 술을 주문합니다. 너무 독하지 않게 즐길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이에요."

국내 연애기획사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최근 달라진 주류문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주류업계는 경쟁적으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다. 독한 술보다는 순한 술을 선호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달 27일 대표소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7도에서 16.9도로 0.1도 낮췄다. 처음처럼의 대표 이미지인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롯데주류는 브랜드 로고와 라벨 바탕색을 밝게 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도수를 16.9도로 낮췄다. (사진=롯데주류)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도수를 16.9도로 낮췄다. (사진=롯데주류)

그동안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단계적으로 낮춰왔다. 2006년 첫 출시 당시 20도였던 것을 이듬해 7월에는 19.5도로 내렸다. 2012년6월에는 19도로, 2014년2월에는 18도로, 2018년4월에는 17도로 낮췄다. 그러다 지난달 '17도의 벽'을 깨고 16.9도짜리 처음처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이미 16도대 소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진로이즈백'이 16.9도다. 지난 4월 출시된 진로이즈백은 1970년대 감성을 재해석한 뉴트로(새로움+복고) 디자인이 특징인 제품이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두꺼비 캐릭터를 다시 복원하고, 기존 녹색 병 대신 하늘색 병을 택했다.

진로이즈백은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이, 7개월 후에는 1억병이 팔려나갔다. 최근 소주 판매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도 홀로 빛났다. 하이트진로는 수요 급증에 대응해 지난 10월 생산라인 확대를 결정했다.  

이처럼 주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소주 도수를 낮추는 것은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워라벨'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회식 빈도는 줄고, 이마저도 간단하게 끝내고 있다. 

술로 인한 폐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소주 도수 하락에 한몫 거들었다. 음주 관련 사고를 줄이자는 의미로 '자중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독한 술보다는 저도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 업계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독한 술을 마시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며 "저도수와 뉴트로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보다 순한 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로 공병 반환 문제를 두고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진로는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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