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속된 불황으로 항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여기저기서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칠 조짐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돌입한 곳은 '맏형' 대한항공이다. 최근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고, 직위체계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새롭게 개편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결재 라인 간소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도 구조조정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주축이다. (항공을)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거리 노선도 구조조정 목록에 올랐다. 수익성에 따라 일부 노선은 재조정하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영향이 큰 만큼, 다른 항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최근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고 직위체계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새롭게 개편했다.(사진=대한항공)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매각된 아시아나항공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품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지주회사 체제다. HDC가 지주회사이고, 현대산업개발이 자회사로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 손자회사가 계열사를 갖기 위해서는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 2년 안에 주식을 처분해야만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에어부산 지분은 44.2%다. 나머지 지분을 사기 위해서는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만 한다. 9조원으로 추산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생각했을 때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합병 이후 에어부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어부산을 품기 보다는 오히려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HDC현산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간 합병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도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2년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항공 산업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저비용항공(LCC)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현재 LCC는 '호황 끝나고 불황이 찾아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3분기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도 각각 195억원,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플라이강원 등 신규 LCC 3곳이 출범을 앞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지만, 사실상 해결 방안은 전무한 상태다. 이정도로 악재가 겹친 적은 처음"이라며 "다른 노선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회복은 되지 않고 있다. 일본행 노선도 더디게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토교통부가 항공사별로 민원사항을 접수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내년에는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예상하는 중"이라며 "만약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항공업계 군살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관련 본 입찰에 돌입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합병을 앞두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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