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일명 '시멘트세'로 불리는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두고 시멘트업계와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시멘트세는 지난 2016년 충북·강원 등 13개 지자체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변 지역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 악화, 경관 훼손 등 악영향에 대해 별도 과세하자'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시멘트 생산량 1톤당 1000원(1포 40㎏당 40원)을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28일 현재 시멘트업계는 실적 부진과 이중과세 등을 근거로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지자체는 생산과 환경오염으로 내는 세금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시멘트세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수익 부진이다. 실제로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생산량은 지난 2017년 5670만톤에서 올해 4700만톤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의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가 지난 10년 동안 낸 영업손실은 3051억원이나 된다.

'시멘트세' 도입을 두고 시멘트업계와 지자체·시민단체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삼표시멘트)

이런 상황에서 시멘트세까지 도입되면 시멘트업계는 연간 500여억원의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그만큼 영업손실의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세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한국시멘트협회 측도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에는 1992년부터 이미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매년 500억원씩 부담하는 일은 사실상 업계를 사장(死藏)시키는 일과 같다"고 했다.

결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소위는 해당 개정안을 계속 심의안건으로 분류한 상태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강원 지역 시민단체와 지방분권 운동조직 등은 최근 성명을 통해 "행안위는 즉각 법안소위를 열어 시멘트세 신설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이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멘트세 신설법안이 꼭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무려 60년간 겪어온 주민들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철저히 외면한 채, 시멘트업계의 로비에 넘어갔다는 의심과 비판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서는 "생산에 필요한 세금과 환경오염을 불러와 내는 세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당연히 따로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시멘트세가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29일까지 입법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시멘트업계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최근 시멘트 업체들이 미세먼지 절감이나 사회 발전 기금 등을 내놓는 등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점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시멘트 업계가 차량 2부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삼표시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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