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규제 놀이터가 차츰 넓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27일 ‘제7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ICT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총 8건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지정여부를 심의하고 해당 규제를 다각도로 완화했다. 

이번 심의 결과, 6건이 임시허가‧실증특례 지정됐으며, 1건의 민간 자율규제 개선 권고, 1건의 명확한 규제 없음에 따른 적극행정이 결정됐다.

이번 7차 심의 결과는 그동안 모빌리티, 공유경제 등 특정 주제로 논의된 결과과 달리, 종합적으로 다뤄졌다.

근로기준법, 택시발전법, 관광진흥법, 계량법... 끝도 없는 ICT 걸림돌

먼저 ‘ICT 플랫폼’ 관련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파견 계약 구조로 인해 서비스 질 하락 및 노동권 보호 등 문제점을 야기했던 ‘중개 플랫폼 내 가사근로자 직접 고용’ 관련 규제가 해소됐다. 

‘홈스토리생활’은 근로계약을 통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이용자와는 이용계약을 체결해 고품질의 가사서비스를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현 근로기준법은 ‘가사 사용인’에 대해 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파견법상으로도 중개 업체에 대한 ‘근로자파견사업’ 형태의 허가가 어려워 ‘직접 고용 기반 가사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 

이에 ICT 심의위원회는 직접 고용 대상을 1,000명으로 한정하되, 가사근로자의 특성에 맞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가사근로자 교육‧훈련 제공, 4대 보험 가입 및 퇴직금 지급, 최저근로시간‧휴게‧휴일‧유급휴가 보장, 고용주 책임 하 이용자 손해배상 등 가사근로자의 권리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ICT 심의위원회는 밝혔다.

(사진=과기정통부)
‘홈스토리생활’의 ICT 규제 샌드박스 (사진=과기정통부)

또 위홈은 플랫폼을 활용해 서울 지하철역 인근 일반주택을 내‧외국인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숙소로 제공하는 공유숙박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현재 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내국인 대상의 공유숙박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이에 ICT 심의위원회는 서울 지하철역 근처 공유숙박 호스트를 4,000명에 한정, 내‧외국인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한된 범위의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다만, 공유숙박 확대로 불거질 수 있는 안전문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신청기업에게 호스트 및 이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체계를 갖춘 후 사업을 개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관련 규제 ICT 샌드박스도 지정됐다.

‘현대자동차‧KST모빌리티’는 수요응답 기반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이용자가 반경 2km 내외의 서비스 지역에서 앱으로 호출하면, 대형승합택시가 실시간 최적 경로로 운행하며 승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합승 형태의 월 구독형 요금제  모빌리티 서비스다. 

현행 택시발전법상 택시가 여객을 합승하도록 하는 행위가 금지다. 이에 ICT 심의위원회는 1단계 실증 단계로 은평구 뉴타운 에서 최대 1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6대에 한정해 3개월간 운영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현대차와 KST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중 3개월간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쏠라티 6대를 무료 운영할 예정이다. 향후 2단계 실증 단계에서는 1단계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적용 지역, 고객수, 차량수 등을 국토부‧지자체 협의하에 추진할 예정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7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7차 ICT심의위원회에서는 과거 1~6차 심의에서 논의된 안건도 ‘패스트트랙(Fast-Track)’를 통해 진행됐다.

네이버가 신청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전자고지’에 대해, 지난 제1차 심의에서 ‘KT’, ‘카카오페이’ 지정건과 유사하다고 판단,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다만, ‘법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한 행정‧공공기관’의 요청에 한해 본인확인기관에서 주민번호를 암호화한 CI 정보로 변환해야 한다.

네이버는 ‘모바일 고지서 수령 이용자 선택’, ‘상업적 목적의 광고‧스팸과 분리’ 등의 체계를 갖춘 후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스크린승마’가 신청한 ‘이동형 가상현실 승마 체험 트럭’에 대해, ICT 심의위원회는 학교‧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정부‧지자체가 주최‧주관‧후원하는 행사 및 전시‧박람회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우버코리아가 신청한 ‘GPS 기반 앱미터기’ 역시 제6차 심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안건과 유사해, ICT 심의위원회는 앱미터기를 중형택시 약 120대 등 외국인관광택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표준 약관도 규제? ICT 규제 샌드박스로 교통 정리

보이지 않는 규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리 추진도 이뤄졌다.

‘언레스‧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사와 협약 및 고객의 동의를 얻어, 종이 매출전표 대신 가맹점의 디지털 매출전표(전자영수증)를 플랫폼 기반 메시지로 전송하는 서비스에 대해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여신금융협회)’상 가맹점은 신용카드 단말기로 매출전표를 출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인데, ICT심의위원회는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종이영수증 출력’을 의무로 하는 규정이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에 대해 정부정책에 맞추어 “가맹점이 종이영수증 없이 전자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을 즉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7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주재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사진=과기정통부)

또 ‘삼인데이타시스템’은 정지‧운행중 화물차량의 중량계측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전자저울을 도로 등을 도로 ‘과적단속장비’로 설치‧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현재 계량법은 비자동 저울의 정지계측에 관한 기술기준만 규정돼, 자동저울의 시장출시 가능 여부가 불명확했으며, 도로법에서는 ‘도로 과적 단속장비’를 이동식 축중기와 저속축중기로 제한(고속축중기는 없음)하고 있다. 

이에 ICT심의위원회는 신청기업의 ‘하이브리드 전자저울’이 계량법상 추가 기술기준을 만들 실익이 없고, 고속축중기는 성증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 진입 규제가 없다’는 심의위원회 결과를 공문을 통해 명확히 할 것을 권고했다.

빛 바랜 규제 샌드박스? 규제 넘어 새로운 규제 만드는 관계부처 

그러나 여러 규제 샌드박스 사례가 지정됨에 따라 덩달아 ‘조건부’ 허가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ICT 규제 샌드박스 논의 과정에서 과기정통부 외 관계 부처 논의 과정에서 까다롭게 실증 단계 조건을 내세우다 보니, 규제 샌드박스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요하지만 과도하다는 것.

그 사례로, 7차 심의에서 논의된 위홈의 공유숙박 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12가지 조건이 붙었으며, 호스트 역시 4000명으로 제한해 규제 해소를 통한 긍정적인 실증 결과 확인이 쉽지 않게 됐다. 워낙 허용치가 적어 그 결과 역시 미비할 수밖에 없다.

(자료=과기정통부)
공유 숙박 서비스의 제한된 범위 (자료=과기정통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ICT 규제 샌드박스, 혁신의 기폭제 역할"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총 113건의 과제가 접수되어, 95건이 처리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정기업의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법률자문 및 행정상담 등을 통해 지정과제가 시장에 원활히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지정된 기술·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제도 개선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전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제7차 심의위원회는 ‘가사근로자 직접 고용 서비스’, ‘숙박‧교통 분야 공유경제 서비스’ 등 다양한 과제 지정을 통해 플랫폼 경제의 방향을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며, “제도 시행 원년에 규제 샌드박스가 많은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디지털헬스케어‧공유경제‧모빌리티‧VR기기‧전자문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특례 지정된 과제를 옥죄던 기존의 규제를 완전히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이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제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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