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한국과 일본의 통상당국 간 수출규제 관련 협의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작될 전망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조건부 연기'로 결정된 직후 양국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아베 정부의 왜곡된 발표와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진행되면서 양국의 수출규제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 7월 규제를 시작한 세 가지 품목은 국내에 문제없이 수출이 되고 있다며, 세 품목의 수출 규제에 대한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철회가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은 현재 일시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어, 국내 산업에 아직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베 정부가 단행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100여 건 이상의 품목에 대한 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불화수소 등 수출 규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가 협상을 통해 철회된다 하더라도, 해당 법령이 존재하는 이상 일본 정부는 추후에 추가적인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블랭크마스크, 초산셀룰로우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품목이나 티타늄 등 우주, 항공 분야에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품목이 새로운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日, 8월 2차 경제 보복조치로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단행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8일 한국에 대한 2차 경제 보복 조치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날 일본은 한국을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안을 단행했다.

앞서 7월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다.

이어 8월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전략 물자를 수출하며,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개별 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일반 포괄 허가'를 거쳤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개별 허가를 받거나 '일반 포괄 허가'보다 훨씬 까다로운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한 비전략 물자도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캐치올(상황 허가·모든 품목 규제) 제도'를 통해, 일본 정부의 운영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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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협의 후 '제2의 수출규제' 진행할 수도

이에 업계는 아베 정부가 내부의 주요 이슈를 피하기 위해 ‘반한 감정’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자국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충분히 ‘제2의 수출규제’를 카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협상에 대해서도,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며,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대한 합의 이후,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 종료 정지 직후 주위에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는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또한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 게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예외적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사과를 얻어냈다고 밝혔지만, 아베 정부가 새로운 협의 이후에도 전과 같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25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어제(24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관련해 일본이 합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며,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익명의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정의용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의 다음 협의는 양자 직접 협상으로 진행된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관련 양자협의 때와는 달리 한국이나 일본에서 직접 만나 진행할 전망이다. 이번 과장급 대화에서 어느 정도 양국의 입장이 정리되면, 다음 달 중에 국장급 협상을 통해 수출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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