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현재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 모두 이에 대해 반발해 합의가 쉽지 않다. 방통위는 연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CP는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ISP들은 실효성 없는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공개됐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에 담겼던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는 빠진 것이 이번 수정안의 핵심이다. 다만 방통위는 CP가 트래픽 경로 변경 등으로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CP가 ISP에 관련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기업협회 측은 “이번 가이드라인 수정안의 내용도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초안에 존재했던 부당성(위헌 요소, 독과점 폐혜, ISP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가이드라인의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6일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수정안에 따르면, ISP와 CP 모두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불합리한 사유를 이유로 계약을 지연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며, 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불공정행위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인터넷 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유사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해당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와 산정 방식을 참고하도록 했다.

콘텐츠제공 사업자(CP)의 망 품질 의무 빠져...페이스북 사태 재현?

이번 수정안과 초안의 본질적인 차이는 수정안에 CP의 망 품질 의무가 빠진 것으로, 그 대신 트래픽 경로 변경 등으로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CP가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말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 경로를 바꿔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는데 미리 ISP에 정보를 제공하게 해서 접속 지연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초안의 경우 CP의 품질 의무 때문에 CP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판단하고 방통위가 나름 중재안을 낸 것으로 보인다.

사진=백연식 기자
사진=백연식 기자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전기통신사업법 등 망 관련 법령 해석 시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글로벌 CP 규제법(역차별해소법)의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가이드라인 수정안은 방통위와 상생협의회 위원 간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에 대해 인터넷기업협회 측은 초안은 물론 수정안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기업협회 측은 사실상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계약의 자유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헌법상 권리이고, 망 이용계약은 사인 간 계약이므로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이 보장되어야 할 영역”이라며 “가이드라인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사실상 정부가 CP와 ISP의 사 인 간 계약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 차별 등을 이유로 소수의 공급자(ISP)는 다수의 수요자(CP) 중 공급자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을 들어 수요자를 압박할 수 있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핑계로 ISP들 간의 담합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CP와 ISP 사이의 망 이용과 관련한 이슈가 여러 차례 발생하였지만 모두 CP와 ISP가 자율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을 뿐, 정부가 직접 개입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 업계 측은 CP의 망 품질 의무가 빠진 방통위위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수정안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 중 한 관계자는 “트래픽 경로 변경 시 관련 정보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예전처럼 이용자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현재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불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망 이용 비용에 대한 역차별과 불공정 요소를 해소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의 제정 취지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정당한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안은 ISP에 비해 CP의 품질유지 의무가 낮은 수준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CP에 의한 이용자 피해 등을 규율하기 어렵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CP에게 실질적인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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