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새로운 시도는 시행착오와 시간이 든다. 대부분의 도전이 두뇌보다 용기가 중요한 이유다. 물론 도전은 어렵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의 순간이 후회를 부른다. 

작은 기업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아무리 작은 결정이라도 기업의 존폐로 이어지기 마련. 특히 ‘보안’이라는 중요하지만, 작은 시장의 플레이어는 매 순간이 도전이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마저도 도전하는 자의 권리.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서 도전하는 시야인사이트 임형준 대표가 들려주는 ‘지역에서 보안SW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을 전한다.

“저희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5년 차 보안SW기업 시야인사이트는 2018년 3월 원주혁신도시에 터를 잡았다. 작은 기업으로서는 ‘일 많은’ 수도권을 떠난다는 것은 도전을 넘어, 새롭게 창업하는 수준의 결정이다.

임형준 시야인사이트 대표는 “원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업을 맡으면서 거주했다가, 혁신도시 내 많은 기관을 보면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겠다”며 도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도전의 대가는 컸다. 아무리 지역이라도 시야인사이트 같은 작은 보안SW기업에게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일을 주지 않았다. 아니, 줄 수 없었다.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

임 대표는 “원주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많지만 주로 중견 기업 위주로, 작은 SW기업을 위한 정책은 없다”며, “아쉬움과 서운함 보태 원주에 정착한 후 받은 지원은 1도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지자체를 찾아가 제안도 해봤지만, “담당자가 죄송하다”고 전할 정도.

사실 원주시가 원주 지역 기업을 모른다는 것만큼 원주에서 일하고자 하는 기업을 실망시키고 힘빠지게 할 일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패는 쌓여만 갔다.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들어 3개의 IT사업을 위한 사업자를 찾았다. 모두 시야인사이트의 솔루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호재였다. 

그러나 벽은 높았다. 시야인사이트는 제안조차 하지 못했다. 사업 공모 요건 자체가 대형 기업에 국한됐다. 해당 사업자가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다 보니, 요건도 대형 기업 위주로만 만들어졌던 것. 흔한 지역 기업 가산점도 없어 대형 기업도 컨소시엄에 시야인사이트와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공단 내부 IT관계자들도 지역 인근에서 지원해줄 기업을 놓쳐서 아쉬울 뿐이다. 

임 대표는 “우리의 전공이고, 원주시에서 일을 하는데, 제안도 못했다”며, “ 원주 위치 기업 컨소시엄 참여 시 가산점 요건만 한 줄만 있었어도, 상황을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는 비단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역 지자체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시야인사이트와 같이 작은 지역 기업은 해당 지역의 지자체 IT사업 공모에도 참여할 수 없다.

원주에서 살고, 원주에서 사업하고, 원주에 집중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야인사이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원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야인사이트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원주혁신도시 내 위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도로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이다. 

아직 구축 중인 원주혁신도시에서 수도권에서 보다 더 근접 지원이 필요했던 기관 고객들의 니즈를 시야인사이트가 저격한 것. 시야인사이트는 이들 기관에 통합 관제 시스템, 트래픽 모니터링 및 분석 솔루션, 보안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등을 구축 · 지원 중이다.

임형준 대표는 “기관 고객 내 불편사항을 들어보면 유지보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우리 ‘시야인사이트가 5분 거리에서 바짝 붙어 지원하겠다’ 했더니 점점 통하는 것 같다”고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작은 미소에는 2여 년의 고생이 녹아 있었다. 인터뷰 와중에도 임 대표는 여러 기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인터뷰가 끝나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시야인사이트의 전략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IT인프라 전환 흐름에도 통했다. 주요 공공 기관들이 정책에 따라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하고 있지만, 기존의 협력 관계는 수도권에 있는 상황이다. 

시야인사이트가 심평원에 구축한 빅데이터 의료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시야인사이트)

예를 들어, 심평원의 경우, 본사는 원주라도 의사들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수시로 업무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정부는 클라우드를 제시했지만, 헬스케어와 같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은 보안 문제 때문에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

이에 임 대표는 “클라우드는 처음부터 설계를 할 때, 보안과 함께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된다”며, “5분 거리에 있는 시야인사이트가 시스템에서부터 함께 설계할 수 있어 강점”이라고 말했다.

시야인사이트가 원주로의 옮긴 후 적응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100% 옳은 결정이란 없다. 추진력 있게 일해 보면 그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는 걸 시야인사이트가 보여준 셈.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서비스 제공한다

그렇다면 그 버팀목은 무엇일까? 임형준 대표는 무엇보다 ‘시야인사이트 직원’을 꼽는다. 

임 대표는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회사를 옮기는데, 우리 직원들이 정말 힘든 결정을 해줬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옮겨온 직원 수는 8명. 시야인사이트도 이들을 위해 건물을 임차해 숙소로 운영했으며, 2년간 월세를 지원했다.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모든 직원이 원주 지역 내 정착했다.

임 대표는 “우리 인력은 80%는 연구개발을 하고, 연구개발을 잘하려면 출퇴근 등 삶의 질이 좋아야 한다”며, “우리가 찍어내는 회사가 아니라면,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가는 임직원에게 좋은 직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적어도 임 대표는 좋은 기업가다.

"더욱 원주에 집중하고자 한다"

시야인사이트는 이제 원주 2년차, 성과는 나쁘지 않다. 매출도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KISA가 원주에서 추진하는 5G테스트베드 사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기대가 높다. 

원주의료테크노밸리를 통해 원주에 있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맺어, 스마트헬스케어 시스템에서의 보안 취약점 대비 과제도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임형준 대표는 더욱 원주에 집중하고자 한다. 임 대표는 “아직도 원주혁신도시 내에서 함께 일하지 못한 기관 고객이 많다”며, “그들과의 사업을 통해 인프라를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한 IT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완전히 원주의 기업이 되기 위해 새로운 인력도 원주 청년들로 채울 예정이다. 임 대표는 “학생들도 SW개발 회사가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로 간다”며, “원주에서 성공하려면 원주의 인력을 채용하고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대표는 “저희는 원주에 있는 기관을 위해 일하고 원주에 있는 학생과 청년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전했다.

임형준 시야인사이트 대표
임형준 시야인사이트 대표

시야인사이트의 시야인사이트

10년 뒤, 시야인사이트의 목표는 사업 성공만이 아니다.

임형준 대표는 “사업 수주하고 솔루션 개발하느라, 2년차 시야인사이트를 대표하는 한 마디는 아직 없다”며, “앞으로 헬스케어와 IT 보안 분석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10년이 지난다면, 10년을 버텼다는 것 자체로 시야인사이트가 원주라는 도시의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원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환원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지금도 1년에 두 번, 원주 내 독거노인을 위해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시야인사이트는 지난 여름에는 선풍기 100대를 지원했으며, 올겨울에는 ‘18년에 이어 연탁 1000장 이상을 기부할 예정이다. 

시야인사이트라는 기업명의 뜻은 ‘널리 보는 시야와 깊게 보는 인사이트’를 의미한다. 원주의 성공한 SW기업이 되고 싶다는 시야인사이트의 바람은 성공할 수 있을까?

뒤따르는 자의 한발은 전진이지만, 앞서가는 자의 한발은 방향이 된다. 시야인사이트는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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