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최고의 콘텐츠 기업인 CJ ENM이 전세계 1억5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OTT(Over The Top ·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지분 매각을 통한 혈맹을 맺었다. CJ ENM은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 지분 일부를 넷플릭스에 매각하는 대신 넷플릭스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넷플릭스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일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다.
 
CJ ENM 입장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또한 자사의 콘텐츠를 글로벌로 수출 및 배급하는데 용이해졌다. 넷플릭스 역시 월트디즈니나 애플이 OTT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단, 넷플릭스는 CJ ENM의 콘텐츠를 확보했기 때문에 국내 가입자 유치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J ENM과 넷플릭스는 윈-윈을 추구했다.
 
CJ ENM은 내년 초 JTBC와 합작해 새로운 OTT 회사를 설립할 계획인데 이번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CJ ENM 및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CJ 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번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2020년 1월부터 3년간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아울러 CJ ENM이 유통권을 보유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제작 콘텐츠 중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인다.
 
또한 CJ ENM은 이날 종속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식 140만4818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CJ ENM 측은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대한 사업협력 차원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며 “넷플릭스가 스튜디오 드래곤의 보통주를 인수하는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처분 후 소유주식수는 1859만5182주로, 지분비율은 66.18%다. 회사 측은 “계약체결일은 21일이지만, 행사 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이며 행사가격 역시 행사시점 기준 협의가격으로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 드래곤 역시 넷플릭스와 드라마 콘텐츠 제작 및 방영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함께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및 방영권 판매 등 3년간 21편 이상의 작품에 대한 사업협력 계약이다.
 

최근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 OTT 공세...양사간 제휴의 의미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 1억5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영화·드라마·예능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해 자체제작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포함한 2만여편의 콘텐츠를 VOD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모바일,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옥자(약 579억 투자),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 : 블랙코미디 등을 제작했으며, 좋아하면 울리는 이나 킹덤 등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JTBC 드라마 맨투맨 방영권 회당 35만달러(약 4억원)에 구매했고 최근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해외 판권을 약 300억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작년 기준, 넷플릭스의 전세계 콘텐츠 투자 비용은 총 80억 달러(한화 약 8조 5000억원)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이전에도 CJ ENM의 일부 콘텐츠를 투자, 유통해왔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지분까지 매입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월트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 애플이 애플 TV 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OTT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 기업인 CJ ENM와의 이번 협업을 통해 콘텐츠 확보에 성공했다. 당장 스튜디오 드래곤의 일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고,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만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출시 하루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연말까지 800만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며 넷플릭스를 긴장시켰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CJ ENM과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창작자 커뮤니티와 장기적으로 협업하면서 상생하고자 한다”며 “CJ ENM이 가진 주식 매도권도 같은 의미”라고 전했다.
 
CJ ENM 역시 스튜디오 드래곤 주식 매각을 통해 콘텐츠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자사의 콘텐츠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수출 및 유통하는 것이 예전보다 편해졌다.
 
CJ ENM-JTBC 합작법인 OTT 플랫폼 출시 "넷플릭스 건과 무관?"
 
한편, CJ ENM은 내년 초 JTBC와 합작해 새로운 OTT 플랫폼을 출시한다. CJ ENM과 JTBC는 내년 초까지 양 사가 IP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합 서비스하는 합작법인(JV)를 설립하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합작법인(JV)는 CJ ENM이 1대 주주, JTBC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며, 향후 양사는 JV를 통해 국내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게 된다. CJ ENM 측은 이번 넷플릭스와의 협력과 OTT 합작 회사 출범은 다른 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CJ ENM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트 사업자와 장기적 사업 계약을 체결한 사례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우수한 콘텐트 제작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며, “CJ ENM을 통해 콘텐트 제작사를 비롯한 감독, 작가, 배우 등 다양한 영역의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폭 넓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JTBC에 이어 넷플릭스와도 손잡으면서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한 OTT 웨이브와의 경쟁력에서 앞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CJ ENM)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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