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도 국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분쟁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 협상 재정 신청을 알리고, 오는 27일까지 망 사용료 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통지했다. 다만, 방통위 재정은 넷플릭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방통위의 재정 결과가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회 등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방통위는 망이용료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ISP나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들에게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역시 망 사용료 관련 국내외 기업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갈등을 빚는 것은 약 1년 동안 양사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일, 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에 발생한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재정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해야 하고 한 차례 9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 1억2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영화·드라마·예능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해 자체제작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포함한 2만여편의 콘텐츠를 VOD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모바일,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이미지=와이즈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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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안된 사이에 이용자 5배 가까이 늘어난 넷플릭스...SKB"추가적인 망 이용료 내지 않았다"

최근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10월 기준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는 200만명으로, 2018년 2월 40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1년 8개월만에 이용자가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일본에 접속돼 있는 국제망 회선을 증설하는 등 투자 비용을 늘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트래픽 역시 증가했지만, 넷플릭스는 추가적인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몇 차례 망을 증설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에 넷플릭스에 수차례 망 이용 협상을 요청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방통위에 재정 신청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에게 캐시서버 같은 오픈 커넥트 서비스의 무상 제공을 수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란 기업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 두는 서비스를 말한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별도로 캐시서버를 운영할 경우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과부하 현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통신망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그동안 펼쳐왔다. 넷플릭스는 딜라이브와 CJ헬로 등 케이블TV와 제휴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자체 캐시서버를 구축하고 서버 관리와 접근권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도 국내 ISP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분쟁에 들어갔다. (사진=플리커)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도 국내 ISP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분쟁에 들어갔다. (사진=플리커)

국내 ISP "넷플릿스 자체 캐시서버 운영해도 정당한 망 이용대가 내야" 

넷플릭스가 자체 캐시서버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동영상 서비스가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가 내야한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들의 입장이다.

캐시서버를 활용하면 국내 ISP들은 국제 회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트래픽 유통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ISP에 캐시 서버를 둘 경우 국제 회선 비용은 넷플릭스가 내게 된다. 캐시서버 등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은 국내 ISP에 일방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하는 국제회선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한다고 해서, 넷플릭스 등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국내 망 트래픽 대가를 무조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ISP에 캐시서버를 둔 페이스북과 구글 등 해외 CP의 경우 망 비용 산정이 다르다. 그동안 각 CP와 ISP들이 자율적으로 망비용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하나도 안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행정 조치 및 소송 등을 겪으면서 망이용료를 일부 지불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중립적인 제3자의 위치에서 당사자 간의 협상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분쟁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률‧학계‧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 한국 지사가 넷플릭스 본사에 방통위 중재신청 사항을 전달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자인 만큼 방통위가 통지한 11월 27일을 넘어 이달 말이 지난 후에야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당사자 한 쪽이 재정을 신청하면 성립되지만, 넷플릭스가 방통위 중재에 응하지 않아도 법상 문제는 없다”며 “넷플릭스가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면 한 쪽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객관적으로 중간자 입장에서 중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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