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양극화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AI 정책에 있어 활성화 정책 수준을 넘어, 대대적인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밝혔듯, 이미 AI 인재는 제로섬 게임 형국이다. 인재풀은 한정돼 있는데, 모든 국가가 노리고 있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애국심’에 기대 국내 AI인재들에게 국내에 머물러 도전을 강요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특허를 가진 연구원들을 데려오기 위한 중국 기업의 대우는 파격 수준을 넘는다”며, “처음에는 교육이나 가정 문제로 이주를 걱정하지만, 가기만 하면 국제 학교나 처우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AI 양극화 나타나 

사실 도전적 연구 측면에서도 미국이나 중국 등의 기반이 넓다. 단적인 예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궁극의 연산 도구라는 양자컴퓨터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가 초고성능컴퓨팅 (High Performance Computing, 이하 HPC) 육성법에 근거해, 초고성능컴퓨팅 R&D 혁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계산과학공학분야 연구자에게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 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은 AI 스타트업 내 연구원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는 이상 AI 양극화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벌어질 AI 양극화 현상은 이미 기업군에서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업의 인공지능 역량에 따라 비즈니스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데, 지금까지의 AI 연구 투자에 따라 이미 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 선두기업은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2%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나, 인공지능 하위 기업은 경제가치가 23%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AI 연구 선두에 있는 기업군은 IBM, MS, 알파벳(구글)이다. IBM은 1996년부터 2018년 동안 약 2275건의, MS는 1996건의 학술 연구를 추진했다. 알파벳은 인텔, 삼성보다 늦은 1999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했지만, 2007년부터 두 기업의 연구 양을 추월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MS의 연구의 경우 피인용수가 136,907건으로 가장 높으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중국의 텐센트도 연구 실적이 늘어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앞선 IBM 등의 선두 기업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AI 학술 연구 변화도. IBM와 MS가 리드하는 가운데, 삼성은 연간 50건 내외 불과하다. (자료=SW정책연구소)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AI연구협력 네트워크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AI연구협력 네트워크 (자료=SW정책연구소)

반면, 우리 기업 중 가장 누적 연구량은 많은 삼성의 경우, 1996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학술연구를 추진해왔으나 연간 50건 미만의 상태에서 정체 중이다. 편당 피인용 수도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의 AI 연구 현장에서의 삼성의 위치는, 특이점을 잡지 못할 경우 목도하게 될 10년 뒤 우리 ICT 정책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활성화 계획 등 IT기술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그나마 빠른 대응과 정책을 펼치지만 특이점을 만드는 데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2014년 ‘클라우드 산업 육성계획’를 발표하며,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 과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2015년 발표된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계획’, 2017년에도 ‘K-ICT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 시행계획’, 2019년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ACT) 전략’을 내놨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다.

5년 전에 놓친 '클라우드 정책'처럼 되지 않으려면...

단적인 지표가 국내 점유율.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IaaS, SaaS, PaaS 등 클라우드 부문에서 AWS, MS 애저 등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은 확고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에는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은 폐지하며, 산업 진흥에 나섰지만, 클라우드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 서비스로 더 정교해지는 흐름에서 점점 더 점유율은 넘어가고 기술 격차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4년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은 “IT예산 절감, 효율성 향상, 창조적 신산업 창출의 핵심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는 클라우드가 IT산업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촉발함으로써, 우리 SW/IT산업에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위의 말에서 클라우드 대신 AI를 넣어도 같은 상황. 지금의 AI 정책 역시 그때의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과 닮았다.

AI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5G도 과거 2000년대 초 전폭적인 인터넷망 구축 사업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AI 추진력은 그때만 못하다”며, “최기영 장관도 언급했듯 우리 ICT를 기반으로 AI 후발 상황을 타개한다면, ICT인프라는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동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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