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부산)=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19'가 지난 주말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구색만 맞춘 코스츠레관과 하나마나 한 교통 통제 등 어수선한 모습에 내년엔 더욱 분발해야 할 지점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9'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올해 지스타는 15주년을 맞아 더욱 업그레이드된 문화행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스타 2019’의 공식 슬로건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라'는 의미를 담은 ‘Experience the New’였다.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경. 다소 휑해 보인다.(사진=유다정 기자)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경. 다소 휑해 보인다.(사진=유다정 기자)
곧 있을 e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앉아 있는 관람객들. (사진=유다정 기자)
곧 있을 e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앉아 있는 관람객들. (사진=유다정 기자)
슈퍼셀관에서 크리에이터 '도티'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호자의 목마 위에서 손을 들고 있는 어린이 팬들이 눈에 띈다. (사진=유다정 기자)
슈퍼셀관에서 크리에이터 '도티'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호자의 목마 위에서 손을 들고 있는 어린이 팬들이 눈에 띈다. (사진=유다정 기자)

눈에 띄는 신작 없는 게임쇼...야심찬 시도, 아쉬운 준비

게임으로만 보면 여전히 모바일 게임 중심의 '보는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 뉴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게임 매출 81조원 중 45%가 모바일 게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 e스포츠 시장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전파와 영상 플랫폼의 두각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과 e스포츠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지스타에선 눈에 띄는 신작 게임이 적어, 시연보다도 많은 이들이 e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부스 근처에 서성이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메인스폰서 슈퍼셀도 마찬가지였다. '브롤스타즈'로만 부스가 꾸며졌다. 이미 나온 게임이기 때문에 '도티' 등 인기 크레이터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계속됐다. 크래프톤/펍지주식회사도 게임 연합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이 주됐다. 그간 팬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나 연합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체험 전시가 주된 부스였다. 게임 시연은 미니게임을 선보이는 정도에 그쳤다. 가장 큰 규모로 관람객들을 맞았던 펄어비스는 플랜 8(PLAN 8)’, ‘도깨비(DokeV)’, ‘붉은사막(Crimson Desert)’, ‘섀도우 아레나(Shadow Arena)’ 등 4종의 신작을 공개했으나, 섀도우 아레나를 제외하곤 시연 없이 트레일러만 선보이는 정도였다. 

현장 곳곳에서 만난 관람객들이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지난해보다 휑하다", "눈에 띄는 부스가 없다"는 말을 전했다. 한 업계 종사자는 "Z세대가 영상에 익숙하고, 이제 보는 게임이 대세가 됐는데, 지스타라고 별 수 있겠냐"면서도 "올해는 유난히 신작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외 주차장 쪽에 마련된 코스프레 체험관. 도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은 의상 몇 점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유다정 기자)
야외 주차장 쪽에 마련된 코스프레 체험관. 도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은 의상 몇 점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유다정 기자)
교통통제가 이미 시작된 12시 반 경 모습. 차량들이 여전히 벡스코 앞을 다니고 있다.  (사진=유다정 기자)
교통통제가 이미 시작된 12시 반 경 모습. 차량들이 여전히 벡스코 앞을 다니고 있다. (사진=유다정 기자)

야외 부스에서도 어수선함은 계속됐다. '코스프레 체험'관엔 몇가지 옷들과 모자, 장비만 덜렁 있었다. 준비를 해오는 코스어(코스프레를 하는 사람)가 아니라면 잠깐 기분을 내기에도 머쓱한 수준. 

편의를 위해 오후(12:00-6:00)에 진행한 교통 통제도 유명무실했다. 안내가 부족했는지 한쪽에서는 차량들이 우회하기 위해 계속 이동하고 있었다. 정류장은 "버스가 운행하는 게 맞느냐"고 묻는 시민과, "왜 길을 막아서 이 불편을 만드냐"고 불평하는 택시 기사들로 채워졌다. 보행자들은 꺼진 횡단보도에 당황하며 무턱대고 길을 건넜다. '지스타 서포터즈' 띠를 맨 이들이 몇명 있긴 했지만, 벡스코 앞의 큰 대로를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야심찬 시도였으나 어설픈 준비. 유튜브나 LG유플러스 등 비(非)게임 업체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지스타였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2019 총 방문객은 24만4,309명으로 추정된다. 전년(235,133명) 대비 약 3.9%, 만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매년 지스타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도 많은 게임 팬들은 부산을 찾았다. 내년엔 지스타만의 '무언가'(something)을 보여줄 때다.

창구 스타게이트가 꽤 큰 규모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유다정 기자)
창구 스타게이트가 꽤 큰 규모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유다정 기자)

인디-중견게임사들, 창구 역할은 '합격점'

그럼에도 추가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있다. 인디 및 국내 중견 게임사들에겐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스타 인디게임개발사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스타인디쇼케이스’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29개 개발사가 심사를 통해 현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유저 평가 100%로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래빗홀게임즈가 개발한 ‘ReRoad’와 카셀게임즈의 ‘래트로폴리스’가 각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BTC 일반 관람객들은 물론 BTB 참가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유망 게임·앱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창구' 참여 기업을 소개하는 '창구 스타게이트'도 운영됐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와 구글플레이는 국내 유망 게임·앱 창업기업 집중 육성 및 신규 유니콘 창출 등을 위해 공동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창구' 프로그램을 출범, 운영 중이다. 지스타에서도 구글플레이스토어 옆에 부스가 마련돼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창업기업에게는 B2C 전시를 통한 신규 유저, 그리고 자체 B2B 매칭을 통한 국내외 투자자·퍼블리셔와 접점이 마련됐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BTB관(11월 14일~16일)도 조용히 제 할 일을 했다. 게임 클라우드부터 모션캡처 기업은 물론, 넷플릭스 등 비게임사도 곳곳에서 보였다. 국적 또한 아시아 중심에서 글로벌로 확대됐다. 실제로 지난해보다 유료 바이어도 늘었다. 조직위에 따르면 BTB 관은 1일차 2,040명, 2일차 269명, 3일차 127명이 등록하여 전년 대비 약 12.3% 늘어난 2,436명(2018년 2,169명)을 기록했다. 

국내선 라인게임즈와 위메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양사는 국내 게임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중국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선 게임사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단순히 게임을 가져와서 퍼블리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게임 개발단계서부터 같이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글로벌 게임 연합'을 만들고자 한다"며 "지스타에서도 해외 게임사들과 접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또한 꽉 막힌 중국 시장 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자사 인기 IP인) '미르'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다보니 많은 중국 바이어들이 지스타 위메이드 부스를 찾았다"며 "중국 시장이 어렵다곤 하지만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게임사들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