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강성부펀드)가 향후 설치될 거버넌스위원회에 1명이라도 참여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주주의 입김과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거버넌스위원회는 회사 경영 사항 중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 활동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기능을 맡는다.

한진칼은 지난 8일 기업지배구조헌장의 제정,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도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헌장의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KCGI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이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와 전혀 협의 없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표명한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낙후된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검사인 선임 과정에서 밝혀진 대주주 일가의 보수·퇴직금 지급 관련 위법 사실을 가리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달 3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검사인 선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에 대한 보수와 퇴직금 지급에 있어 부정행위 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KCGI는 기존 사외이사들이 이러한 관행을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주순식 고문이고, 대한항공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은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가 선임됐다고 한다"며 "이들은 모두 대주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로펌의 관계자들이다. 과연 위원회가 대주주의 입김과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이어 "사추위가 기존 경영진의 지인으로 구성된다면 오히려 단 1명의 독립적인 인사도 추천할 수 없는 이중차단장치가 될 수 있다"며 "거버넌스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KCGI는 대한항공의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도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말 기준 922.5%(영구채 1조800억원 부채 인식 시 1616.4%) 수준이다. 이는 올해 반기말 기준 코스피200 기업(금융업 제외) 중 1위고, 이들 기업 평균(90.8%)의 9배가 넘는다.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항공과 싱가포르항공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평균 75~106%)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과도하고, 중국 항공사들보다도 2~3배 이상 높다.

KCGI는 "과거 한진해운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수익성이 낮은 호텔사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한진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됐지만, 새로운 경영진은 과도한 부채비율 축소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이미 공개적으로 약속한 송현동 부지매각 등 계열사 비업무용 자산의 조속한 매각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 경영진은 대한항공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현 항공산업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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