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무엇보다 데이터3법 통과가 중요”

지난 13일 인터넷기업 현장소통 간담회 종료 후 국회로 향하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의 답변에는 정부의 급박함이 담겨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초부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국정 아젠다로 삼고,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관련 정책을 선보였다. 

그러나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의 데이터 규제 3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에야 가능한 정책이었다.

국회에서 멈춘 데이터 경제

데이터 3법은 금융, 통신, 인터넷 플랫폼 등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개념을 새롭게 접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공청회를 비롯한 수많은 논란 끝에 국회에 상정됐으며, 무엇보다 빅데이터 측면에서 활용 범위를 극대화해 서비스 제공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민간을 비롯해 KISA등 관련 공공기관의 염원이 컸다. 카톡 고지서 하나도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 벽은 높았다. 

어제(14일)까지만 해도 데이터3법 해당 개정안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 중인 상태였다. 겨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의결돼 전체회의를 기다리고 있으나, 남은 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의결은 요원하다. 만약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러한 불안감에 지난 25일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사회적 합의를 끝낸 데이터 관련 3법이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이 기다린 지 1년이 넘었으는데)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전한 바 있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의 핵심인 '데이터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4일 국회 행안위 의결을 마쳤으나, 남은 2법의 행방은 요원하다. (사진=석대건 기자)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의 핵심인 '데이터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4일 국회 행안위 의결을 마쳤으나, 남은 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행방은 요원하다. (사진=석대건 기자)

GDPR는 먼나라 사정일까? 일본보다 느린 대응에 답답한 기업들

정부 입장에서는 이정도로 미뤄질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선진국은 이미 제도 정비를 마쳤다. 

KISO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PSD2(개정지급결제산업지침, Revised Payment Service Directive) 를 통해 은행권 데이터 개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2018년 5월 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을 전면 시행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로 하여금 자국 데이터 활용 체계에 맞게 변화를 이끌었다.

일본은 일찌감치 움직였다. 일본은 4년 전인 2015년에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어제(14일) 우리 국회 행안위에서 의결했던 법안과 유사한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독립적인 개인정보 관리감독기구를 설치·운영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월 EU의 GDPR 규정에도 빠르게 대응해 적정성 평가까지 마무리했다. 

GDPR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적법한’ 처리 조건을 확보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국외 이전 등의 항목을 정보주체에게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시해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개인정보 적법 처리 기준을 새로 세웠다.

하지만 우리는 GDPR 대응은커녕 ‘전담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DPO)’ 등 관련 법제도 마련하지 못해, 글로벌 진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GDPR 대비 어려움 (자료=KISA)
국내 기업들에 GDPR에 대비하기 어려운 원인  (자료=KISA)

또 넘어야 할 벽은?

이제 남은 데이터 관련 법안은 정보통신망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 데이터 관련 복잡다단한 법체계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다수의 감독기구로 인한 중복 규제 및 혼란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골자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고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 및 감독의 주체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또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축적된 금융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법안으로, 신용정보 규제 체계 정비, 마이데이터 도입, 정보 활용 동의서 등급제, ‘프로파일링 대응권’ 등 새로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가명정보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데이터 전문기관에 의한 데이터 활용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보안장치를 의무화하고 영리·부정한 목적의 재식별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엄격한 사후 처벌을 신설하는 등 빅데이터 활성화 조항들이 담겼다.

특히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운용되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의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전략 로드맵 (자료=과기정통부)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전략 로드맵 중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 계획 (자료=과기정통부)

20대 국회, 벼락치기라도 할 수 있나요?

데이터3법은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의결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데이터 정책은 곳곳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명목상으로는 2020년까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월에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로 인해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2019년 연말이 마지노선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