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속 빈 강정. 올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규모는 커졌지만, 막상 거래가 진행되는 '내실'은 좋지 않았다.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 매물조차 시장의 냉대를 받았다. 현재 부진 원인으로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분간 시장 위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이뤄진 M&A는 총 349건으로 201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175조원, 336건)보다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올해 상반기 M&A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금액(74.55%)과 건수(28.0%) 모두 줄었다. 특히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사들인 금액은 61.1%나 감소했다. 한마디로 전체 M&A 시장은 소폭 커졌으나, 대기업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시장에 나온 대형매물은 하나 같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적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확정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물로 나온 초기에는 한화그룹, SK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됐지만 끝내 불발됐다.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매각건도 생각보다는 흥행이 저조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성동조선해양과 동부제철 등도 한차례 매각 협상이 결렬되는 등 부진을 겪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이뤄진 M&A(인수·합병)는 총 349건으로 201조9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M&A 흥행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재계관계자들은 현재 국내 경제상황을 첫 순위로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상황이 그리 낙관적인 상태는 아니다.

지난 9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0.3%p 낮춘 수치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이처럼 부진한 경제성장률 이유로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세계 경기 악화와 수출상대국 성장률 둔화 등이 거론된다. 또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 분야가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불확실한 상황에 빠진 점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글로벌 경기 악화는 곧 국내 경기 악화로 이어진다”며 “미·중, 한·일간 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기업 개혁도 M&A 감소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정부는 투명한 기업경영 체제를 위해서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 등을 강조해왔다. 또 일감몰아주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계열사 개편과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산분리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보험회사 소유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한 경쟁과 정보 독점으로 인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간 기업결합 건수는 전년 대비 216.6%나 급증했다. 올해는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대형 M&A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후 기업간 합병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론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를 시도한다는 후일담도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계속해서 대기업집단에 대해 규제의 칼을 뽑은 상황인데, 기업들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일리 없다"며 "M&A가 결렬 될때마다 국내 경제 전망이 안좋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전부라곤 할 순 없지만 정부에 반발하는 대기업 심리도 분명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관련 본 입찰에 돌입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사진=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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