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은은할수록 더 가득히 전해 온다. 맛을 아는 분이 선택하는 커피의 명작, 맥심." 동서식품이 지난 1989년 '맥심 모카골드'를 시장에 처음 내놓으면서 선뵌 텔레비전 광고 카피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서민경제 전반에 믹스커피 대중화 바람이 불었다. 그러다 원두커피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카피에서 말하는 '맛을 아는 분'이 손에 꼽을 만큼 줄었다. 동서식품이 젊은 소비자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지난 1년새 '캐릭터 협업 마케팅'을 3차례나 펼쳤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브랜드와 함께 노출되는 전략을 써 '옛날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1989년 맥심 모카골드 출시 당시 국내 방영됐던 텔레비전 광고. (자료=TVCF)

지난 7일 동서식품은 패브릭 브랜드인 키티버니포니와 손 잡고 스페셜 패키지를 내놨다. 패키지엔 맥심 커피를 비롯해 무릎담요와 보온병 등 한정판 기획상품 6종이 담겼다. 키티버니포니는 기하학적인 무늬와 세련된 색채감으로 화제를 모으며 20~30대 팬층을 확보한 브랜드다.

지난해 11월엔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디저트그릇과 머그 등 기획상품 9종을 만들어 판매했다. 전 연령대에서 고른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상품 겉면에 앞세워 친근감을 더한 것이다. 출시 한 달도 채 안 돼 준비된 제품 68만개가 다 팔리는 등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에 동서식품은 지난 5월 말 기획상품 종류를 늘려 카카오프렌즈와의 2번째 협업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 5월 말 열려 두달간 운영된 동서식품의 맥심 팝업카페 '모카라디오'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동서식품 관계자는 "첫 협업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출고량이 40% 늘었고 지난 여름에 협업을 한 뒤에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면서 "모카골드란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 재밌는 첫인상을 심겨주고 싶어 세련된 협업 대상 브랜드를 물색해 왔다"고 했다.

한정판, 일부 점포 판매, 임시 매장 등의 희소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를 겨냥해 4년간 다양한 팝업카페를 열어온 점도 주목된다. 동서식품은 지난 2015년 모카다방(제주 남원읍)을 시작으로 모카책방(서울 성수동), 모카사진관(부산 해운대구), 모카우체국(전북 전주), 모카라디오(서울 합정동) 등 해마다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 체험 공간을 운영했다. 약 두달간 운영된 각각의 팝업카페에선 문화 콘텐츠 체험과 맥심 커피 시음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믹스커피 제조사 매출액 현황.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동서식품이 '회춘'을 결심한 것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조제커피(커피믹스) 시장 때문이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커피믹스 제조사들의 매출액은 1935억원으로 집계됐다. 2595억원을 기록한 2014년 같은 분기보다 25% 가량 쪼그라든 것이다. 매년 한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는 액상커피 시장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에 일부에선 동서식품이 기존 믹스커피 개념에 벗어나 과감한 시도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오히려 격변기를 맞고 있는 커피시장에서 동서식품이 내놓은 콜라보 마케팅은 최선책으로 보여진다"면서도 "맛에 큰 변화를 주거나 믹스커피란 품목명 자체를 다른 새로운 단어로 바꾸는 등 제품 인식의 차별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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