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급과잉과 환율, 국제 유가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재 속에서 일각에서는 항공업계가 스스로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한국항공협회 등에 따르면 매년 성장세를 기록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LCC '맏형' 제주항공은 20분기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스타항공은 특히 상황이 어렵다. 비상경영 선언에 이어 무급 휴가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이스타항공은 실적악화로 매각설이 돌 정도였다.

대형항공사(FSC)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015억원을 기록했다. 당장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발표를 앞둔 아시아나항공 역시 희망휴직과 희망퇴직을 함께 받고 있다. 한마디로 항공업계 모두가 '난기류'를 만난 셈이다.

한국항공협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11일 개최했다. (사진=한국항공협회)

이에 한국항공협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11일 개최했다. 항공업계의 부진을 타개할만한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자리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 국적항공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항공업계의 '공급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적항공사는 총 8개사에 이른다. 내년 신규 LCC 업체가 합류할 경우 국적항공사는 11개로 늘어난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국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실제로 미국이 대형항공사 3개와 LCC 4개 등 총 7개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당한 항공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1978년도 규제 완화로 항공사들이 난립한 이후 파산, 부도, 인수 합병 등을 거쳐 현재 기업들이 남게 됐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한시적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항공협회 김광옥 총괄본부장은 "일본 여객 감소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선 항공유 석유수입부과금 한시적 면제, 공항시설사용료 한시적 감면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국적 항공사는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또 미국과 일본 등은 항공기 정비 부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체질개선에 힘써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공항공사 장호상 본부장은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내국인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내국인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시장 창출과 인바운드 시장 확대에 대한 성장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항의 경우 직항 해외 노선을 강화하고, 다양한 국제 노선을 확대해 외래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을 이용하던 지역민들의 수요를 맞춰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는 "항공사들 스스로 비용 낭비를 봐야한다. 그동안 항공사들은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공급을 늘려왔다"며 "일본 사태가 지나간다고 어려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항공업계 스스로 합리적 행동으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항공협회는 이날 토론을 기점으로 정부와 해결책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현재 항공업계의 안좋은 상황을 정부에게 전달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는 정부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상황이 상황인만큼 정부가 발벗고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협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11일 개최했다. (사진=한국항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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