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조합원 여러분들 시작은 지금부터예요. 앞으로 숱한 좌절이 있겠지만 무너지지 말고 목소리 내서 악덕 대표들 불러냅시다."

지난 9일 서울 신당동 공감센터의 단상에 오른 박경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장의 첫마디는 이랬다. 이에 백화점과 면세점 종사자 500여명은 일제히 '더 큰 단결로 더 큰 승리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보였다. '따르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다.

이날 백화점과 면세점의 판매직 종사자들이 한 데 모여 서비스연맹의 산하 산별노조인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산별노조란 같은 종류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묶는 것을 이른다. 이로써 명품 화장품·의류 브랜드의 기업별 노조 6곳(로레알코리아노조, 록시땅코리아노조, 부루벨코리아노조, 샤넬노조, 클라란스코리아노조, 한국시세이도노조)이 한 배에 올라타게 됐다.

(이미지=unsplash)

합심에 대한 서로의 의지는 지난해 10월 초 확인했다. 당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서비스 종사자들은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앉아서 일할 수 있게 노동환경에 의자를 비치해 달라"며 집회를 연 바 있다. 하인주 초대 노조 위원장(로레알코리아노조 위원장)은 "일전엔 각자의 생계와 직결된 해당 기업의 문제에만 매달렸다면 지난해부턴 공동행동을 통해 업계 공통의 고질적인 관행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면서 "노동시간과 조건 등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을 기회로 유통서비스 종사자들은 업계에 대한 교섭력과 파업력을 높이게 된다. 산별노조는 특성상 조합원 인력과 재정이 중앙에 집중돼 있다. 끌어모으기 쉽지 않던 용역과 하청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단일화하는 일이 쉬워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9일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품·의류 입점브랜드 기업별 노조 6곳이 모여 서비스연맹의 산하 산별노조인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을 출범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현재 이들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간접고용직의 근로환경을 어떻게 구성할지와 이들에게 의무휴무일을 지정해줄 것인지다.

먼저 노조는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쇼핑몰 등의 원청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력의 근로조건 개선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유통서비스 종사자들 사이에선 '건물 내 화장실과 휴게실 사용 제한'과 '대기자세 강요' 등 업무 관련 애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선 9월 열린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과 쉴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윤서 록시땅코리아노조 위원장은 "휴게실은 30명만 수용할 수 있어 직원 수백명은 보통 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아 쉰다"며 "고객용 화장실을 못써 늘 참다보니 주변에 방광염 질환자들이 많아졌다"며 근로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편의시설 사용범위를 늘린다든가 감정노동의 대응방안을 만든다든가 등의 방법을 통해 원청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달란 얘기다.

지난 9일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품·의류 입점브랜드 기업별 노조 6곳이 모여 서비스연맹의 산하 산별노조인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을 출범했다. 조합원들이 향후 계획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유통사의 의무휴무일을 주1회로 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갈등요소다.

여당은 유통업 개정안 입법을 '정기국회 10대 우선 입법과제'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소위 안건에서 조차 잇달아 누락되며 현재까지도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 노조 위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면세점은 연중무휴이고 백화점의 경우 월1회 휴점이나 명절과 겹칠 경우 휴점일을 없앤다"면서 "기업의 소모품이 아닌 이상 우리도 주말에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노조는 9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민주노총의 공동행동 등에 참가하며 요구안을 업계에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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