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안전 불감증을 꼬집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에 엘리베이터업체 대표들은 끝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7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 풍경이다.

환노위는 이날 회의에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와 서득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 조익서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 요시오코 준이치로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대표 등 국내 승강기업계 '빅4'의 수장들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과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 등 정부 부처 관계자도 참석했다.

환노위 회의에 승강기업체 대표들이 불려나온 이유는 지난달 21일 열린 국정감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당시 티센크루프 서득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들은 회의 등을 이유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자 환노위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추후 승강기업계의 안전대책에 대한 현안 질의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승강기업계 빅4 대표들이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받았다. (사진=고정훈)
승강기업계 빅4 대표들이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받았다. (사진=고정훈)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엘리베이터 설치, 유지보수 과정에서 숨진 35명 중 16명은 하도급 업체 노동자"라며 "엘리베이터 산재 사고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다. 대기업과 영세업체가 공동수급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도급을 주는게 맞다"고 꼬집었다.

김태년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엘리베이터 관련 사고 발생 건수는 140건에 달한다. 이중 35명은 추락 또는 협착(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현재 국내 승강기업계의 시장 규모가 3조50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안전대책은 중진국만도 못한 수준이라는 게 의원들의 평가다.

실제로 한 업체는 빈 계약서에 협력업체의 도장을 미리 찍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아예 공동수급 계약 당시 협력업체의 도장을 가지고 가는 업체도 있었다. 이는 동등한 공동수급 관계가 아닌 사실상 하도급 구조를 연상케 한다.

김 의원은 "공동도급 업무대금은 업체 각각에게 따로 지급하게 돼 있지만, 3월 이후 계약서를 확인해봤더니 대금지급 방식이 엘리베이터 업체가 일괄적으로 협력업체에게 나눠주는 구조였다"며 "이외에도 엘리베이터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데 과연 이게 공동수급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기계실 없는 승강기(MRL)의 유지관리 위험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지난 10년간 MRL 보급률이 398%나 급증했다"면서 "건물 최상부에 기계실이 없다보니 작업자들은 승강기를 정비할 때 로프 하나에 매달려 작업해야 한다. 비참한 현실이다"고 일갈했다.

승강기 전용 비계가 국내와 해외가 다른 부분도 지적했다. 비계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로, 각종 공사 재료를 운반하는 통로나 작업자의 발판으로 쓰인다. 현재 독일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승강로에 승강기 전용 비계를 설치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한 의원은 "미국과 독일은 비계용 설비를 만들어서한다. (이 안에) 케이지만 안전하게 만들어주면 사고가 나더라도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며 "미쓰비시와 오티스 등 외국계 업체의 경우 해외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용 비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안전대책이 미흡한 비계를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아무렇게나 작업해서 떨어져 죽든 말든 그 사람들 책임이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익 올려서 본사에다가 배당금을 보내줄 때 최소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킬수 있도록,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정도 보급을 해가면서 일해야 공동수급 업체라고 할 수 있는 거다"라고 했다.

의원들의 잇단 질타에 4사 대표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장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5년간 승강기 업계 사고 내용 (사진=고정훈)
최근 5년간 승강기 업계 사고 내용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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