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들의 저녁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최근 들어선 저녁시간대 강의가 많은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찾는 일'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자기계발의 목적이 승진이던 종전과는 달리 자기 만족과 기분 전환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지난달 출간한 책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내년 소비 경향은 '멀티 페르소나(다중 자아)'란 개념으로 나타날 것"면서 "최근 젊은 세대는 가면을 바꿔쓰듯 순간마다 다른 정체성을 만들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모습과 퇴근한 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퇴근 후 충분한 여유가 생기면서 취미 활동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 등을 통해 '다른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단 얘기다.

롯데마트 송파점 문화센터 신청 화면 캡처.

사람들이 직장 안팎의 자아를 적극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명 이상 사업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비효율적인 연장 근로를 막는 등 노동시간을 줄여 '저녁이 있는 삶'을 찾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변화는 '취향을 소비하는 공간'인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두드러진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문화센터들은 일제히 지난달 24일부터 겨울학기 회원 모집에 들어갔다. 통상 문화센터 강좌들은 10~15% 가량이 모집을 시작한 당일 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 학원 수강료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와 높은 접근성 등으로 문화센터 수업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먼저 이마트는 다음달 7일까지 지점 80곳과 스타필드시티 아카데미 2곳에서 회원 모집 중이다. 퇴근한 직장인들을 위해 드럼과 요가·필라테스, 캘리그라피, 보테니컬 아트(식물그림 그리기) 등의 저녁 강좌를 개설한 상태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유튜버가 된다면?' '뷰티 유튜버가 될래요' '키즈크리에이터 컨텐츠 부자되기' 등의 강좌 20여개가 열린 점도 주목된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이마트 관계자는 "제도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성인 강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랐다"면서 "올해엔 지난해 인기 있었던 성인용 저녁 강좌를 토대로 강좌를 오픈했고 그림과 요가 등 인기강좌는 대부분 점포에서 마감된 상태다"고 했다.

롯데마트도 총 550여개 강좌를 연 가운데 성인용 주중 저녁 강좌의 비중을 늘렸다. 플룻과 드럼 등의 악기 연주나 캘리그라피, 라떼아트, 서양 자수 펀치니들, 수제청 제작 등 취미 활동과 관련한 강좌가 주를 이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통틀어 여성 소비자들의 워라밸을 고려한 강좌들을 많이 신설했다"면서 "작사가 심현보의 작사법 강의, 북유튜버 김겨울의 독서 유튜브 채널 운영 노하우 강의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 문화센터 vic영등포점 관계자는 "전년보다 성인용 저녁 강좌수가 많아졌으며 유아용 강좌가 가득했던 과거에 비해선 성인용 수업이 해마다 느는 추세다"고 했다.

홈플러스도 '꿈을 찾는 나'란 콘셉트로 성인용 건강 강좌를 다수 선뵀다. 발레와 필라테스 운동을 함께 배우는 '필라레'와 명상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배우는 '명상 힐링 테라피', 자세를 교정 받는 '밴드요가', '미니볼 필라테스', '스피노 요가'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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