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과 KEB하나은행이 1일 금융상품 사용실적에 따라 알뜰폰(MVNO) 요금제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은 자사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M을 선보였다. 두 알뜰폰 서비스 모두 금융상품 실적에 따라 매월 알뜰폰 통신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존재한다.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로부터 이동통신망을 정식으로 임대한 알뜰폰 업체다. 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프로모션 상품(요금제)을 출시하는 것으로 본질적인 알뜰폰 서비스 출시로 보기 힘들다. 다만 정부는 새로운 알뜰폰 요금제 출시로 인한 경쟁 활성화로 이동통신3사가 요금을 낮출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알뜰폰의 경우 그동안 영세한 업체가 많았는데 국민은행 같은 브랜드 있는 기업이 진출할 경우 전체 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성장이 멈춘 알뜰폰 업계에 또 다른 업체가 들어오면서 제살 깎아 먹이식 경쟁이 도래해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의 등장으로 알뜰폰 시장 내 대기업 집중이 시작돼 중소 알뜰폰의 존립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은행-하나은행, 비슷하지만 다른 알뜰폰 시장 진출...같은점과 차이점은?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은행 계좌를 통해 급여 또는 4대 연금 자동이체,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 이체 등을 이용하면 알뜰폰 요금을 할인하는 서비스를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각종 자동이체, 카드실적, 제휴기관 할인, 친구 결합 등에 따라 알뜰폰 요금이 저렴해지는 상품을 출시했다. 국민은행 리브M의 구체적인 요금제와  할인 혜택은 이미 공개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월 카드 사용 100만원 등 요건만 충족하면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는 월 7000원에, 일부 LTE 요금제는 0원에도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알뜰폰 유심(USIM)칩에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개인 식별 기능을 적용해 복잡한 절차 없이 다양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는 공통점이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망을 LG유플러스로부터 임대한 국민은행은 다양한 요금제를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진정한 알뜰폰 시장 진출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규 요금제 출시를 하려면 SK텔레콤 및 SK텔레콤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와 3자 협의 후 출시해야 한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경쟁사가 좋은 요금제를 출시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국민은행은 리브M 출시와 함께 알뜰폰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9GB(기가바이트)를 기본 제공하고 소진시 1Mbps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5G 라이트와 월 180GB를 기본 제공하고 소진 시 10Mbps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5G 스페셜 등 두가지 요금제다. 

하나은행의 경우 금융 상품과 연계되는 SK텔링크의 알뜰폰 서비스에 당장 5G 요금제가 출시되기는 어렵다.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처럼 알뜰폰 업체들에게 연내 5G 망을 임대한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은행 리브M 서비스는 출범 초기 5G 요금제와 파격적인 가격할인에 집중돼 있다. 하나은행 알뜰폰은 SK텔레콤이 서비스하는 부가 무료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와 음악 서비스 플로 등의 혜택을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 모바일) 론칭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 모바일) 론칭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두 은행의 알뜰폰 진출, 알뜰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알뜰폰은 가입자 이탈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다. 가입자 수 800만명 유지가 어렵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지난 9월 발표됐지만 시장 반영에는 시간이 걸린다. KB국민은행이 본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알뜰폰은 이통3사 자회사와 CJ헬로 등 대기업 계열이 전체 가입자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모든 혜택을 적용하면 5G 요금제가 월 7000원, 일부 LTE 요금제는 0원에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중소 알뜰폰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며 “알뜰폰이야 말로 대기업이 진출하면 안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진출로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입지는 강화될 전망이다. 이통사별 알뜰폰 가입 회선 비율은 KT망 47%, SK텔레콤이 40%, LG유플러스는 13% 수준이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금융 고객이 리브모바일을 사용할 경우 LG유플러스 망 가입 회선 수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인데, 예전 KT와 SK텔레콤 망을 활용하던 CJ헬로 고객이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할 경우 알뜰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 점유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경우 새로운 알뜰폰 요금제 출시로 인한 경쟁 활성화로 이동통신3사가 요금을 낮출 것을 바라고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 등 알뜰폰 업체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이통사와의 경쟁이 촉발돼 가계 통신비가 낮아지길 기대한다”며 “정부가 지난 9월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통해 다른 알뜰폰 업체들도 기존 이통사 요금제보다 10%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정체에 빠진 알뜰폰 시장에서 또 하나의 업체가 들어올 경우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알뜰폰 업체들은 반길 수가 없다”며 “LG유플러스의 경우 국민은행 알뜰폰 진출로 망 가입회선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KEB하나은행∙SK텔링크와 손잡고 금융∙통신 분야의 혁신을 공동 추진한다. SK텔레콤 김성수 MNO사업부 영업본부장(오른쪽), KEB하나은행 염정호 미래금융사업본부장(가운데), SK텔링크 김선중 대표(왼쪽)가 MOU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KEB하나은행∙SK텔링크와 손잡고 금융∙통신 분야의 혁신을 공동 추진한다. SK텔레콤 김성수 MNO사업부 영업본부장(오른쪽), KEB하나은행 염정호 미래금융사업본부장(가운데), SK텔링크 김선중 대표(왼쪽)가 MOU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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