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액상형 전자담배 퇴출 움직임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를 덮쳤다. 정부 방침에 발맞춰 유통업계가 관련 제품을 매대에서 내리거나 신규 공급을 끊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소비자 간 접점이 연일 줄어드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전체 전자담배에 대한 포비아(공포증)로 번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4일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는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을 비롯해 대형마트와 면세점에서 잇단 퇴출 수순을 밟으며 설자리를 잃은 상태다. 기업들이 '유해성 검증을 마칠 때까진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는 지난달 23일 합동 브리핑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지난달 20일 '사용 자제'를 언급한 데서 경고 수준을 한 단계 강화한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에 따른 선제적인 조치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취했다. GS25는 지난달 24일 쥴의 트로피칼과 딜라이트, 크리스프 등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을 매대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편의점 업계 1위인 CU를 비롯해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이 일부 품목의 신규 공급 중단을 선언하며 판매 금지 행렬에 가세했다. 이마트와 일렉트로마트 등 대형마트도 신규 발주 중단의 뜻을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코레일유통이 운영하는 편의점 스토리웨이 등은 액상 전자담배를 취급하지 않는다.

롯데면세점도 지난달 28일부로 쥴랩스와 시드 툰드라 등 액상형 가향 전자담배 12종을 신규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도 쥴 프레쉬와 트로피칼 등 5종 제품에 대한 새 발주를 멈추기로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은 쉽게 수습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사용에 따른 폐질환 의심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우리 정부의 권고보다 앞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9월11일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으로 호흡기 질환을 앓다 숨진 환자 수는 39명이다. 지난달 29일 CDC가 전자담배 관련 사망자와 환자가 각각 37명과 1888명이라고 보고한 가운데 일리노이주와 매사추세츠주 등에서 사망자 2명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에 국한했던 공포증이 전자담배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부가 판매와 구매를 막기 위해 해당 제품들의 세금을 올릴 경우 아예 전자담배 사용을 끊거나 궐련형 담배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단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품은 가격적으로 친숙할 뿐더러 실생활과 밀접해 소비자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재다"면서 "유통업체들의 공급 중단 바람이 장기화한다면 기존 구매자들도 전자담배 불매에 대한 군중심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기호식품인 전자담배도 소비자 불매에서 예외가 될 순 없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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