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를 두고 담배업계와 정부의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23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한 이후 판매 금지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편의점업계와 면세점 업계 등은 정부의 권고에 발맞춰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담배업계가 "과학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다"며 반박에 나서면서 시위나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의 시작은 미국에서 급작스럽게 증가한 폐질환이었다. 4일 현재 미국 내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9명에 달한다. 이는 두 달 사이 6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폐질환 발생 건수도 188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꼽힌다. 폐질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한 한 소비자가 폐질환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액상형 전자담배 퇴출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발벗고 나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을 말리는 분위기다. 미시간, 일리노이 등은 주 차원에서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에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시드 튠드라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고정훈)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에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시드 툰드라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고정훈)

국내도 마찬가지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신라·롯데·신세계 등 면세점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생산하는 KT&G도 가향 액상 포드(갑) ‘시드툰드라’의 생산 중단을 결정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내로 액상 전자담배 유해성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용중단 권고는 유해성 논란이 더 커지기 전 국민의 건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검토하는 연구가 한참 진행 중이다. 이달 내로 1차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담배업계는 즉각 반박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전담협)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했다. 전담협은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업체와 전문판매점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전담협은 "정부가 ‘졸속행정’을 벌이고 있다"며 "일반 담배와 액상을 비교하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발표한 ‘전자담배 유해성분 함유량’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아크롤레인, 크로톤알레히드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성분도 현저히 감소한 수치만 검출됐다.

점담협 관계자는 “국내 의심환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폐질환 환자와 관련된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지만, 국내 정부는 관련 정보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로 알린 게 전부”라면서 “정부가 심각하게 여긴다면 해당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려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을 받거나, 현재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담배업체들도 조용히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국내 전자담배 회사 하카코리아는 하카시그니처 제품의 기체 성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담배 기화 시 발생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아세트 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하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하카코리아 이외에 다른 업체들도 정부가 액상 전자담배 유해성분 조사 발표 내용에 따라 반박 자료를 준비할 방침이다.

전담협 관계자는 "시험 종류와 방법, 대상 화학물 등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무작정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약 11월 유해성분 조사 발표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지 권고에 담배업계가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사진=고정훈)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지 권고에 담배업계가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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