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가 나오자 편의점에 이어 면세점까지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담배업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28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잠정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번 판매 중단 조치는 정부가 지난 23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사용 중단을 권고하면서 일어났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증 폐질환를 초래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폐질환 환자가 발생한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병한 폐질환 사례는 총 1479건에 이른다. 이중 33명은 같은 질병으로 인해 숨졌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대마 성분이 폐질환을 초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대마 성분이 폐질환을 초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편의점 업체에 이어 신라-롯데-신세계 등 면세점 업계까지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뼈아픈 타격을 받게 됐다. 담배는 편의점에서 전체 매출 중 80% 정도가 나온다. 관련 법상 담배로 취급되는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다. 사실상 퇴출 수순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담배업계는 침묵 중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만 가중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필립모리스(PMI)가 벌인 설전과는 대비된다.

그렇다면 담배업계가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관계자는 "잘못 알려진 정보"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은 청소년 흡연율과 폐질환으로 나눠서 규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구분 없이 규제하는 바람에 생겨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이유는 청소년 흡연률이 주요 원인이다. 때문에 그동안 청소년 흡연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인식됐던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금지된 것"이라며 "이마저도 대다수의 법원이 판매가 금지될 경우 소매상들에게 생길 부작용을 염려해 판매 금지를 보류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폐질환 때문이라고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침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쥴랩스나 KT&G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외국계 회사인 쥴랩스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겠지만,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 나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가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더 큰 규제가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식약처가 액상형 전자담배 연구에 착수한 상황에서 업체가 개별적으로 반박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며 "업체마다 제품 출시 전 유해성이나 안전성 연구를 진행한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식약처가 다음달 중으로 유해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일부 업체는 반박자료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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