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4회를 맞은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이하 NYPC), 대상은 전주호성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반딧불 군에게 돌아갔다. 그 외 금상, 은상 등 입상자 중에서도 일반고 학생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과학고나 영재고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코딩을 배우고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NYPC의 본 취지에 맞게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오전부터 판교 소재 넥슨코리아 본사가 붐볐다. NYPC 본선 참여자들과 그 가족들 때문. 80명의 12세 이상 19세 이하 프로그래머 꿈나무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 끝에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전주호성중학교 반딧불 학생에게 수여됐다. 

15-19세 수상자로는 ▲금상(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상) 잠신고등학교 이진혁, ▲은상(게임문화재단 이사장상) 한가람고등학교 박재온 ▲동상(넥슨 대표이사상) 경기과학고등학교 김세빈, 이민제, 최은수, 유문현, 최서현, 송준혁, 충북과학고등학교 이온조, 서울과학고등학교 유문현 학생 등이 있다. 

12-14세 수상자로는 ▲금상 대안중학교 이동현 ▲은상 압구정중학교 장태환 ▲동상 계성초등학교 김율, 인천신송초등학교 백진서, 어진중학교 정희우 학생이 이름을 올렸다.

특별상으로 한 문제를 가장 먼저 푼 학생에게 '얼리버드상'이, 마지막으로 문제를 완전히 푼 학생에게 '파이널코더상', 한 문제라도 만점을 받은 참여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학생에게 '영챌린저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얼리버드상은 낭성초등학교 최현우, 지난 NYPC2018의 우승자 경기과학고등학교 윤교준 학생이 타 눈길을 끌었다. 파이널코더상엔 서울대도초등학교 이승원, 서울과학고등학교 모현, 영챌린저상 대전초등학교 배선우 학생이 수상했다.

NYPC 2019 참여자들(사진=유다정 기자)
NYPC 2019 참여자들(사진=유다정 기자)

"코딩은 재미다"...일반 코딩 대회와 구분되는 NYPC

NYPC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의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실제 게임 개발 또는 라이브 서비스 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일반 코딩 대회와 구분된다. 참가자들은 게임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재미로 인식, 그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한 문제라도 풀게 하자'는 것이 문제 출제 시 가장 중점이 됐던 부분이기도 했다. 실제로 문제 자체에 게임(시뮬레이션) 요소가 있어, 꼭 코딩을 몰라도 답을 맞출 수 있으며 코딩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올해 4,500여명이 참가한 예선에서 45%가 한 문제라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엔 본선에서도 일반학교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내주어, NYPC의 저변이 한층 더 넓어졌다. 우승자인 반딧불 군 또한 전주호성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그냥 봐도 앳된 얼굴의 반딧불 군은 쟁쟁한 형들을 제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 직후, 아직 떨림이 채 가시지 않는 반 군을 만났다.

"대회 시작하기 전까지는 긴장이 됐는데, 시작하고는 문제를 보자 마자 다른 생각 없이 문제에만 집중했어요. 밥도 전혀 못 먹고요...국가대표 형들도 많고 해서 10등 안에만 들어도 기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입상은) 기대조차 안 해서 대상 상금(500만원)은 어떻게 써야할 지 생각도 못 해봤어요."

겸손하게 소감을 얘기했지만 반딧불 군의 이력은 이름처럼 범상치 않다. 2017년 정보올림피아드 초등부에서 1시간 25분만에 400점 만점 기록하며 대상을 거머쥐었고, 월반을 해 올해 서울과학고에 합격해 진학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반 군이 처음 코딩을 접하게 된 것은 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아버지 반덕진 씨가 관련 인터넷강의를 보여줬는데 놀라울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3학년 때는 전라북도 정보영재교육원에 보냈는데 선생님들마저 '이 아이는 영재원에서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영재란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무력감이 들었죠. 이실직고 하자면 저는 '컴맹'입니다. 아버지로서, 기술적으론 서포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나 아이나 독학에 의존을 많이 했어요"라고 반덕진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학교에서도 반 군과 같은 영재들을 살피긴 쉽지 않다. 지난해 중학교 필수 교육과정에 코딩이 포함되고 올해부턴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도 연간 17시간 이상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초적인 단계의 코딩 수업이 소개되는 정도라고 반 군은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이런 대회에서 하는 거랑은 거리가 멀고, 정보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코딩 기초만 알려주는 수준이에요. 그 정도로는 공부하기 힘들죠. 학교에서도 동아리가 있긴 한데 실제 출석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정도로 사실상 없는 동아리나 마찬가지예요. 학교에서도 코딩은 마이너한 부분이라 지원이 딱히 없는 상태예요. (본인처럼 수준이 높은 사람을 위한 교육체계 시스템도) 당연히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 학생 중에선 코딩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현실적으론 많이 힘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NYPC 대상 수상자 반딧불 군과 그의 아버지 반덕진 씨(사진=유다정 기자)
NYPC 대상 수상자 반딧불 군과 그의 아버지 반덕진 씨(사진=유다정 기자)

넥슨, 학생들 코딩 멘토 자처하다

확실히 전반적으로 코딩에 대한 관심도와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넥슨은 2017년부터 NYPC 토크콘서트를 통해 코딩과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최연진 넥슨 사회공헌팀장은 "토크 콘서트 참여자들을 미리 사연을 받아 선별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코딩이 너무 막연해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워요' 등을 호소했다면, 올해는 본인은 AI쪽, 혹은 게임 개발자를 하고 싶어 거기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방향이 생긴 게 보인다"며 "확실히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NYPC만 해도 참여자들은 수도권이 70% 정도고 그 외 지역은 30% 정도다. 성비 또한 80명 중 3명만이 여학생으로, 대다수가 남학생이었다. 넥슨은 NYPC 본 취지에 맞게 계속해서 코딩에 대한 흥미를 줄 수 있도록 나아겠다는 포부다.

김성민 NYPC 출제위원장은 "2016년도부터 SW교육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우리 NYPC도 시작된 것"이라며 "관심도에 비해 보완해야할 점은 아직 많지만, 넥슨과 같이 프로그래밍에 있어 앞서나가는 기업들이 후방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주최하는 '온라인 코딩파티'만 해도 넥슨 '메이플스토리' IP가 무상으로 제공돼, 그 이후 1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코딩파티에 참여했다. NYPC의 역대 수상자들을 모아 1박2일 캠프를 열어 멘토링도 진행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장기적으로 넥슨에서만 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이 넥슨 측 설명이다.

최연진 넥슨 사회공헌팀장과 김성민 NYPC 출제위원장(사진=유다정 기자)
최연진 넥슨 사회공헌팀장과 김성민 NYPC 출제위원장(사진=유다정 기자)

한편 내년 NYPC도 예선 문제는 쉬운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변별력을 줄 몇몇 문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민 위원장은 "코딩실력은 결국 도구에 불과하고, 머리를 잘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풀 수 있을 지를 중심에 둘테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이라고 말하면서도, "올해도 출제위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어려운 문제들을 잘 풀어줬다. 내년도 본선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우승자 반딧불 학생도 계속해서 도전할 의지를 밝혔다. 반 군은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더욱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아무도 예상 못 하는 것이다. 한 번 끝까지 도전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이번에도 대상을 받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고, 다음에 나왔을 때 또 대상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계속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있을 NYPC2020에서도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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