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해도 좋지만, 안 해도 좋다. 하지만 갈팡질팡하면 나쁘다.
‘4차 산업혁명’의 미명 아래, 제도 혁신 자문을 주도하는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위원장이 ‘애매함의 틈바구니’에서 피로하다.
25일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정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지쳤다”며, “한동안 쉴 계획”이라며 혁신 자문 기구 리더의 피로감을 토로했다.
이에 2년 연속으로 4차위를 맡았던 장병규 위원장은 3기 명함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의 임기 종료일은 11월 26일로, 약 한 달 남았다.
그동안 4차위는 집행력이 없는 자문기관임에도 모빌리티, 공유경제 등 사회적인 문제를 거론해왔다. 장병규 위원장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사안을 내는 것”이라며, “(4차위는) 건강한 토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충돌을 부르고, 충돌에는 피로가 따라온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등 혁신 정책 뒤에 따라오는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받는 피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가상화폐(암호자산)에 대한 심의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선 해보고, 아니면 멈추는 게 규제 샌드박스”라며, “심의할 필요가 없이 규제 샌드박스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 혁신 정책의 하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금융위, 중기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전폭적으로 추진 중인 제도다.
하지만 허용된 혁신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카카오 카풀 vs 택시’ 논란 당시, 규제 샌드박스는 모빌리티 관련 안건은 피했으며, 지금은 가상화폐(암호자산) 관련 안건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장병규 위원장은 4차위의 역할대로 “건강한 토론”을 이끈다고 하면서도, 혁신과 제도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던 셈.
이러한 난처함은 대정부 권고안의 서두에서도 드러난다. 4차위 대정부 권고안 첫부분은 후안강 칭화대 국정연구원장이 작성한 ‘4차 산업혁명 태동기의 중국’을 인용하며, 중국은 지난 200년 사이 3번의 산업혁명 기회를 놓쳤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다르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 선두권 국가다.
장병규 위원장은 중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국은 선시행 · 후조치 국가”라며, “(문제 시)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중국 공산당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병규 위원장 "공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고파"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시장에 중국처럼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광범위한 징벌적 또는 집단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시장 제어도 불가하다.
결국 그 사이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등장한 것인데, 다시 심의에 막혀 있는 것. 장병규 위원장은 “현실적인 타협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혁신 자문위의 리더로서 꼭 피하고 싶었을 ‘타협’이라는 단어를 꺼내야 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공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3기 위원장을 사실상 거부했다.
조직 실패의 신호는 조언자의 탈출. 실패일지 아닐지의 여부는 정부가 어떻게 4차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고 또 무엇을 실행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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