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식품·외식업계의 사업부 분할이 한창이다.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 부진이 이어지면서 활로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해태제과는 내년 1월1일부터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신설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아이스크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해태제과의 인기 아이스크림 제품으로는 부라보콘, 바밤바, 호두마루 등이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부라보콘과 누가, 쌍쌍바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사진=해태제과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은 차 브랜드 '오설록'을 독립법인으로 떼어 냈다. 지난 1일부터 독립경영을 시작한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선대회장이 한국 전통 차(茶) 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이를 위해 제주도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에서 100만평(약 330만㎡)이 넘는 녹차밭을 개간했다. 현재 이 부지는 제주도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꼽힐 정도로 성장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 2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생활용품&오설록’ 사업부의 영업손실액은 2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8억원보다 확대됐다.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는 차 업계의 경쟁 심화 등이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물적 분할을 통해 차 브랜드에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수 기업이 계열사 독립을 서두르는데 가운데, 이미 물적 분할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은 지난해부터 김치 제조사업을 물적 분할하면서 ‘피피이씨글로벌김치’를 설립했다. 피피이씨글로벌김치는 풀무원 식품의 100% 자회사다. 당시 물적 분할 이후 풀무원식품은 부채 285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물적 분할 효과는 미국에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미국 대형 유통시장 점유율 40.4%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성공 배경에는 물적 분할을 통해 김치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택하면서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반대로 독립 계열사를 매각하는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비핵심 자산 정리 차원에서 외식사업부(FC부문)를 매물로 내놨다. 현재 외식사업부는 위탁급식, 식자재유통 등을 맡고 있는 업체로, 종합 식자재 전문 브랜드 '소후레쉬', 중식 프렌차이즈 베이징 등을 운영 중이다.

이 외식사업부는 지난 2013년 5377억원과 지난해엔 7183억원까지 규모를 키웠으나, 업종 특성상 영업이익율은 낮았다. 지난해에는 적자 7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적격리스트를 꾸려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 경기 위축에 이어 인건비 상승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과 단체급식 업종은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기업들이 체질 개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화그룹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외식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근 한화그룹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외식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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