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국가적으로 소프트웨어(이하 SW) 인재 양성을 위해 움직이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제도는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SW 능력을 검증하는 대표적인 국가자격증인 ‘정보처리기사’ 검정의 실기 전형이 방식은 ‘반(反) SW’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필답식’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SW 능력 핵심은 '코딩 통한 문제 해결 능력', 하지만 국가 자격증은 '외워서 손으로 쓰고 암기 능력'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기본 정보처리기사 출제기준은 ‘19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하고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18.6.22)에 따른 것으로, 기존 출제 영역인 ‘업무프로세스 실무응용’ 등 4개 분야는 오는 2020년부터 ‘프로그래밍 언어 활용’ 등 12개의 새로운 출제 영역으로 확대 · 변경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식 즉, 해답을 적어 내는 방식이 여전히 단답형과 약술형 위주의 ‘필답형’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SW 활용 능력을 평가하면서 PC를 쓰지 않고 있다. PC를 이용한 실기 과제가 없어 코딩을 종이에다가 하는 셈이다. 자동차 엔진을 만들기 위해 달리는 꼴이다. 

필답형의 지적이 이어지자, OMR 시험지 등을 없애 개선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전형 방식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시험에 응시한 전원에게 PC를 제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한다. 유사한 자격 검정인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의 실기 전형의 경우 응시자 전원에게 PC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정보처리기사, '공무원 시험 가산점 따기'용 자격으로 전락해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보처리기사 검정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IT기업에서 근무하는 현업 개발자는 “업계에서는 (정보처리기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그저 ‘기초상식 수준은 가졌구나’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SW에 대한 기초 상식을 전파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일례로, 한때 국민 자격증의 하나였던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은 학생 및 직장인을 비롯해 국민들의 PC 활용 능력을 일거에 향상시킨 바 있다. 국민 자격증의 조건은 접근가능성. 

그러나 ‘정보처리기사’의 SW 능력 평가는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한다. 2019년 2회 정기 기사 실기 합격률은 47.44%. 기초상식이라기엔 어렵고, SW 능력 검정을 통한 인재 양성 과정이라기엔 허술하다. 

그마저도 기출문제를 다시 출제하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딩 한번 안 해봤어도, 약간의 전공 지식이 있으면 문제만 외워도 1주일이면 합격”할 수 있다고 현업 개발자는 전했다. 결국, 공무원 시험 가산점 따기용 자격 검정으로 전락해 버린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 벤처‧중소기업의 성장에 탄력을 더할 ‘소프트웨어(SW) 고성장클럽 200’ 대상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대표적인 SW 능력 자격 검정인 '정보처리기사' 실기 검정 방식이 여전히 손으로 쓰는 필답식으로 고수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김용성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CT/SW분야 국가기술자격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기술변화와 노동시장 변화로 인해 기존 국가기술자격도 이에 맞추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보처리’에 대한 개념 재정의, 응시 자격 제한, 과정평가형 자격 운영기관을 확대, 검정기관의 신뢰성 향상 방안 마련, 정보기술 직무 분야 국가기술자격 수탁기관 일원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2022년까지 SW 인재 공백을 자초하는 꼴.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변경 정보처리기사 실기평가 방식은 오는 2022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8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오는 2022년까지 SW 인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31,833명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해진 문제를 내고 정해진 답을 쓰는 모양새는 “국가 IT 기술 경쟁력 제고 및 급변하는 정보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처리기사의 존재 목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SW 코딩의 핵심 능력인 ‘문제해결능력’을 오히려 해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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