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혁명은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바꿨다.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으며, 3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시켰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등이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면서 나타나는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클라우드,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공학,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이미 우리 곁엔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이기(利器)들이 다가와 있다.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도 그중 하나다. 이제 더이상 식당과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 전문점, 대형마트는 물론, 영화관과 백화점 등에서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가 손님을 맞이 하는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데 키오스크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아르바이트생은 키오스크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손님 입장에선 따뜻한 미소와 환영인사가 사라져버렸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차가운 터치스크린과 사투(?)를 벌일 뿐이다.

키오스크 결제 화면. (사진=신민경 기자)
키오스크 결제 화면. (사진=신민경 기자)

은연중 손님에게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른바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 노동은 식당의 셀프서비스 등 보수를 받지 않고 당연히 하는 것으로 포장된 노동을 말한다. 키오스크로 아르바이트생은 사라졌지만 일 자체는 고스란히 남으면서 손님은 댓가도 없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키오스크 기계 1대가 아르바이트생 3명 분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연구원은 지난 2017년 9월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20년 동안 124만4217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보상으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렇기에 일자리가 없으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인데, 키오스크가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왜 기술발전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용민 구글코리아 부장은 지난 7월 '센싱 아일랜드(Sensing Island), 공존의 미래'를 주제로 제주시 연동 소재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지식융합콘서트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19'에서 '2020년 변화 속에서 밸류를 만드는 방법' 주제 강연을 통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빠지면 가치를 잃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기술의 가치는 산업 발전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데 있다. 모든 기술 발전은 사람을 향해야 하고, 사람이 빠진 기술 발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미가 흐르는 키오스크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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