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국정감사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감사하는 활동이다.

헌법과 국정감사및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기서 국정의 범위는 ‘의회의 입법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오늘(18일) 2019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종합국정감사는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했다고 하기에는 90%가 부족해 보인다.

또 조국…그리고 예정된 시나리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사퇴했지만, 그가 남은 군불은 여전히 과방위에 남았다. 

국감이 시작되자 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경력 허위 기재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KIST의) 50주년 기념 조형물에 조국 씨 딸 이름이 새겨진 사건과 무단 인턴 증명서 발급했던 이광렬 기술연구소장에 대한 징계 여부, 징계위원회 계획을 자료로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병권 KIST 원장은 “이광렬 기술정책연구소장을 보직 해임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진상조사하고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일 국감에서 거론된 조형물 존치에 대해서도 “삭제 기준을 만들고 2만6천명을 전수조사해 대상자는 삭제 결정을 하도록 계획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마치 서로 의도한 것처럼 정해진 질문과 정해진 답변이 오고 갔다.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전, 텅빈 과방위 국감장 (사진=석대건 기자)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전, 텅빈 과방위 국감장 (사진=석대건 기자)

의원님들의 ‘답정너’ 시전…”제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구요”

사정이 이러다 보니 서로 어긋나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은 과방위 국감에서 미국 보안 업체인 파이나이트 스테이트가 진행한 화웨이 제품에 대한 보안 점검을 진행한 결과를 근거로 들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분석한 펌웨어 이미지 중 55%는 최소한 하나의 잠재적 백도어를 가지고 있었다”며, 화웨이 장비의 보안 취약점에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기영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 없다’는 답변은 박대출 의원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지난 4일 국감 당시 박대출 의원은 “없다는 건 없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때마다 장차관은 답변을 정정해야만 했다.

'저희는 벌 받고 있나요?' 답변을 대기했던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 및 공무원 대부분은 질의를 받지 못하고 국감 내내 앉아 있기만 했다. (사진=석대건 기자
'저희는 벌 받고 있나요?' 답변을 대기했던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 및 공무원 대부분은 질의를 받지 못하고 국감 내내 앉아 있기만 했다. (사진=석대건 기자

다행히 오후 국감이 시작하자 마자, 최기영 장관은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는 현재 뚜렷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장비 도입과 운용 전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보충했다. 

곧바로 박대출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을 지적하려고 했다”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대책은 ‘5G보안협의회’다. 민원기 차관은 “정부는 화웨이 같은 민간기업의 보안 문제를 보완하는 게 아닌, 국민이 피해받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5G보안협의회를 통해 화웨이뿐만아니라 모든 5G 장비의 보안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멍 샤오윈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화웨이 장비와 관련된 해외 보도는 “모두 오보라”라고 부정했다.

그렇다면 화웨이 5G 장비의 보안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은 뭘까? 결국 제자리다.

국감은 '감사'의 현장이 아닌, '약속'을 받는 자리가 됐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니 그 약속마저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들의 명패가 널브러져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들의
명패가 널브러져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과방위, 백화점도 못 되는 ‘편의점’

물론 IT 정책 현안이 다뤄지기는 했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은 과지정통부 산하 R&D 연구실의 열악한 연구 환경을 지적했으며,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부족한 SW 인력 상황을 들며, SW 기반 AI · 빅데이터 등 미래 유망 산업의 침체를 우려했다.

또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실시간 검색어 조작 등 포털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과방위 차원의 알고리즘 공청회를 제안하기도 했으며,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AI를 활용한 합성 영상 ‘딥페이크(deepfake)’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음란물 처벌 정도의 인식을 넘는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어느 하나 몇 초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주제였지만, 백화점식으로 다뤄지고 말았다. 

과방위는 차주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감사를 남겨뒀다. 20대 마지막 국감이 그나마라도 ‘백화점’이 될지, 그보다 못한 ‘편의점’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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