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①] 은연중 '무임 노동' 강요받은 소비자들
[키오스크①] 은연중 '무임 노동' 강요받은 소비자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10.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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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날이 갈수록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사용하기 꺼려져요. 기능이 점점 많이 담겨서 주문하기 복잡하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제값 내고 식사하러 온 소비자가 왜 주문 단계에서부터 진을 빼야하는지 모르겠네요."(30대 소비자 A씨)

키오스크의 보급이 늘면서 소비자 차원의 노동력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중심으로 영화관과 마트 등 소매유통업계가 앞다퉈 키오스크 도입에 나섰다. 종전까진 셀프 서비스 기기가 기존 인력의 노동력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면 근래 들어선 '대체'하는 수준으로 역할이 커졌다. 업계의 권장에 따라 소비자들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직원보다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점에서 기업이 주문과 결제 등 맡은 바를 소비자에 전가하고 있단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 소재 '스타필드 하남' 안의 트레이더스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경기도 하남시 소재 '스타필드 하남' 안의 트레이더스 모습.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전국의 핵심 점포 몇곳에 '카드 전용 계산대'를 도입했다. 현금과 상품권 등을 섞어 계산하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를 위해 결제수단으로 카드만 취급하는 계산대 다수를 확보한 것이다. 다만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상충하는 모양새다. 카드 전용 계산대 대상 점포인 이마트 연수점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애써 10분 줄 서서 차례가 왔는데 그제서야 계산원이 카드로만 결제 가능하다고 하더라"면서 "상품권을 써야 했는데 또 긴 줄을 기다리기 싫어서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점포 위주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면서 "초기엔 불편사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소비자도 편리성을 알아보고 받아들일 듯하다"고 했다.

이마트 연수점에 붙여진 '카드 전용 계산대 도입'과 관련한 안내. (사진=신민경 기자)
이마트 연수점에 붙여진 '카드 전용 계산대 도입'과 관련한 안내. (사진=신민경 기자)

마트업계에 확산 중인 무인 셀프 계산대에 대해서도 오가는 말들이 많다. 현재 이마트는 국내 총 점포 140여곳 가운데 60여곳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마트보다 1년 먼저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롯데마트도 125곳 가운데 50여곳에 들여놨다. 이와 관련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셀프 계산대가 생기고 나선 일반 계산대 운영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며 "투입 가능한 계산원들이 있음에도 카드 계산대만 운영해 긴 줄이 늘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장시간 대기와 혼잡한 구매 환경을 강요 받고 있단 얘기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키오스크의 활성화는 곧 소비자가 맡는 부차적인 노동의 증가를 뜻하는데 '편리함이 빠진 혁신'을 누가 원하겠느냐"며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키오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오 센터장은 이어 "미국의 일부 점포에선 물건 수량과 값에 대한 기준을 정한 뒤 키오스크와 인력 계산대 등 적재적소에 소비자들을 배치한다"면서 "노사와 소비자 간 갈등을 줄이려면 일정한 규정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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