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또다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코리아가 진행한 경기 평택시 공사현장에서다. 사고 원인으로 다양한 문제가 지목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승강기 설치 도중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는 9건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연간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엘리베이터 설치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는 대부분 추락사고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는 건물의 기본 뼈대가 완성된 이후 설치 작업이 진행된다. 이때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공간은 굴뚝처럼 수직으로 뚫려 있다. 때문에 안전장치를 하더라도 늘 추락 위험이 따라다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 9명이 숨졌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2일 평택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추락사고다. 하도급 근로자 A씨는 신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승강로 내부에서 작업 발판용 비계(통로 및 작업을 위한 임시 가설물)를 설치하던 중 갑자기 비계가 무너져 내리면서 1층으로 추락했다. 이후 A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급박한 사고 위험이 있는 공사 현장에는 안전 난간이나 작업 발판 등을 설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망이 없었다. 

안전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A씨는 홀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 작업에는 작업 지휘자가 함께 근무하도록 돼 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안전교육과 관련 행사 등을 진행하며 안전규칙을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에서 안전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해결할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이 이번 사고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 관계자는 "최근들어 승강기 설치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설치 단가가 올라갈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몇명씩 짝을 지어 작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촉박한 공사기간(공기)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빠듯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특히 건물의 기본 뼈대가 올라간 이후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특성상, 건설업체들은 모자란 공사 기간을 채우기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 기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승강기공사협회 임오순 회장은 "해외의 경우 승강기 설치 기간으로 보통 4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45일에서 많으면 60일 정도가 주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절반도 안되는 기간 동안 공사를 끝내야 하는데 안전규칙이 지켜질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건설업이 위축되면서 엘리베이터 업계도 함께 영향을 받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건설업체가 내미는 계약서에 사인할 수 밖에 없다. 안전규칙을 제대로 준수하면 사망사고는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가 25일 ‘안전 결의식’을 열고 장마, 혹서기 현장 안전 강화를 다짐했다.
지난 7월 현대 엘리베이터가 사내 안전교육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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