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 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일본 정부가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지난 7월 초 일기 시작했다. 과거사는 반성하지 않은 채 오히려 경제 제재에 나선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금방 사그라들었던 기존 불매운동과 달리 이번 '노 재팬' 운동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 타격을 주기 위해 시작한 '노 재팬' 물결이 오히려 우리 항공업계를 덮친 모양새다.

그동안 일본 노선은 '황금 노선'으로 불릴 정도로 톡톡하게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노 재팬' 운동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이 줄면서 우리 항공업체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올해 9월 일본행 탑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28.4%나 줄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 항공업계의 신음은 날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우리 항공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노선 대체와 새로운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부터 중국 노선 3개를 신규 취항한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일본 여행을 원하던 이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여행지를 옮기는 게 아니라 해외 여행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여행 성수기인 올해 추석연휴(9월 12~15일) 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여객은 45만2900여명으로, 전년 60만5700여명보다 25% 정도 줄었다. 한동안 우리 항공업계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항공업계 한 인사도 "대부분 항공사가 다른 노선으로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줄어든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항공업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건 결국, 일본과의 관계 호전이다. 그렇지만 외교·정치적 사안이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선 문제를 풀고 싶어도 풀 수가 없다. 반일감정이 고조돼 있는 현 시국에 일본 여행을 부추기는 홍보나 마케팅에 나설 수도 없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여서 우리 항공업계는 애만 태울 수밖에 없다. 답답하고 야속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하루빨리 정치·외교력을 발휘해 우리 항공업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버려진 자식"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경제인의 입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항공업계는 이번 '노 재팬' 운동을 반면교사로 삼아 구조 개혁을 통해 대외 변수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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