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 7월 초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NO) 재팬'이 3개월이 넘도록 장기화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일본행 노선을 빼고 중국과 동남아행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사람은 총 135만5112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99만1905명)에 비해 28.4% 감소한 수치다. 탑승률도 61.0~71.8%로, 지난해 같은 기간(78.0~87.7%)보다 현저히 줄었다.

일본행 탑승객 감소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일본행 노선은 '황금 노선' 중 하나였기에 국내 항공업계에 주는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다. 'NO 재팬' 운동이 있기 전까지 일본을 찾는 한국인 탑승객은 연간 750만명이나 됐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관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불매 운동인 NO재팬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분기 대한항공은 영업손실 1015억원에 당기순손실 3808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영업손실 1241억원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실적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이 올해 3분기 매출 3조4078억원, 영업이익 197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중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하는 대형항공사와 달리 일본과 제주도 등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어 상황이 더 어렵다. 올해 2분기 5년만에 적자를 낸 제주항공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24.5% 하락한 3823억원, 285억원으로 점쳐진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항공업계가 꺼낸 카드는 노선 대체다. 일본을 향하던 비행기를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필리핀 클락과 중국 난징, 장자제와 항저우 등 중국과 동남아 노선 4곳을 신규 취항키로 했다. 다른 항공사 역시 중국과 동남아 신규 취항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기존 좌석보다 앞뒤·좌우 간격을 넓힌 '뉴 클래스 좌석서비스'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와의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탑승객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산이다. 이외에도 항공업계는 현재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이 포화 상태인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지방 공항을 공략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과의 관계가 호전되지 않는 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항공업계 비수기인 4분기가 다가오고 있고 유가와 환율 등 대외적인 변수까지 골칫거리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항공사가 다른 노선으로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줄어든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일본행 비행기 절반 이상이 빈 상태다. 게다가 모든 항공사가 일본행 노선을 줄인 상태인데도 예약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가 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대한항공)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