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을 두고 담배 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하면서다. 현재 우리 정부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담배업계는 "성급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자담배는 크게 궐련형과 액상형 등 2가지로 나뉜다. 이중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을 높은 열로 가열해 발생하는 수증기를 흡입하는 형태로, 최근에는 대부분 폐쇄형(CVD) 구조로  발매된다. 때문에 과거 출시됐던 제품과는 달리 액상 누수가 적고, 액상이 담긴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간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폐질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유해성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앞서 미국 통제예방센터는 지난 3일 "미국 48개주에서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발병건수가 1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18명이나 된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대마 성분이 폐질환을 초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폐질환 발병 원인으로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지적하고 있다. 조사결과 환자 578명 중 78%가 THC 성분이 포함된 액상 카트리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중 37%는 THC 성분이 담긴 제품만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THC는 대마초에서 추출하는 성분으로, 흡입 시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각제로 분류돼 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주로 THC 농도를 조절할 목적으로 함께 쓰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복지부)도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호흡기질환 사이 인관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이런 결정에 국내 담배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이렇게 빠르게 결정을 내릴 지 몰랐다"면서도 "조금만 살펴보면 미국에서 문제가 된 성분이 우리나라에 수입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성급한 결정이 아쉽다. 아직 액상형 전자담배의 정확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THC가 포함된 제품을 수입조차 할 수 없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THC가 포함돼 있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며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복지부의 대처로 애꿎은 담배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오래전부터 주로 사용됐던 영국의 경우 의사들이 금연 용도로 전자담배를 권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메사추세츠주와 LA 역시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 FDA까지 나서 "유해성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흡연자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논란이 불거지자 쥴 랩스(JUUL Labs.) 최고경영자(CEO) 케빈 번즈는 지난 25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쥴 랩스가 선보인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은 '전자담배계 애플'로 불리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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