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大魚' 롯데리츠에 쏠린 눈…기대 반 우려 반
'IPO 大魚' 롯데리츠에 쏠린 눈…기대 반 우려 반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10.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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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투자 속도" vs "점포개발 등한시"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롯데쇼핑이 리츠(REITs) 시장 선점을 위한 고삐를 쥐자 불황에 허덕이던 유통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을 현금화해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있어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안정적인 배당을 쫓는 리츠가 영업 압박을 받는 유통업에 녹아들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강한 상태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한 뒤 발생한 임대수익 등을 배당하거나 주식매각 차익을 돌려주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8일 관련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코스피 입성을 목전에 둔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는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앞서 2일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58:1의 경쟁률을 확인한 롯데리츠는 높은 투자의향을 토대로 주당 공모가격을 당초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상단인 50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액은 4084억~4299억원이며 배당수익률은 6% 중반대다.

지난 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롯데리츠 IPO 기자간담회'에서 권준영 롯데AMC 대표이사가 발언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알짜 점포인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포함해 롯데쇼핑이 갖고 있는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이 투자 대상 부동산으로 구성했다. 이들 편입자산의 총 감정평가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해 기업공개(IPO) 땐 해당 규모의 현금을 롯데쇼핑의 손에 쥐어진다.

앞서 큰 규모의 유통업체들은 공모·상장 리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은 NC분당야타점과 뉴코아일산·평촌점 등 매장 5곳을 한데 묶은 리츠를 상장해 자금 800여억원 을 확보한 바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지난해부터 매장 51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추진했다가 올해 3월 자진 철회했다. 조 단위 자금을 공모리츠로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수요 예측에서 공모액이 종전 계획의 절반에 그쳤어서다. 하지만 리츠를 향한 마음은 접지 않았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리츠는 외국 투자자본을 유치할 좋은 기회이므로 향후 상장에 꼭 재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인천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신민경 기자)

롯데쇼핑이 앞서고 홈플러스가 뒤따르는 등 국내 '리츠 시장'의 가닥이 잡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우려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통사가 본업인 제조와 유통을 제쳐두고 수익성 부동산회사의 신설과 운용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업의 진로가 아니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통상 리츠는 발생수익 대부분이 투자자에게 배당되므로 점포의 성장성보단 배당 안정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막 걸음마를 뗀 리츠 시장에서 사내 유보(기업 순이익에서 세금과 배당금, 임원 상여 등을 제한 금액)만으로 개별 점포의 개발을 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경영을 위해선 자기자본 외에도 신규사업 추진에 쓸 연구개발(R&D) 재원을 축적해둬야 하는데 리츠는 투자자 이익을 대변하므로 이행이 쉽지 않다"면서 "리츠로 유동화한 현금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본업에 재투자할 것인지 기업 내부적으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 강남점. (사진=롯데쇼핑 제공)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유통사들이 리츠를 통해 얻는 높은 투자수익에 매몰될 경우 자체 성장엔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영업이익과 투자수익 모두 양립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리츠를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학회장은 또 "개별 권익이 강조된 소자본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주식회사일수록 장기 전략을 짜기 힘들다"며 "이들 의견을 취합할 방안이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리츠업의 장기적 불안성을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사 측은 리츠가 배당 안정성을 중시한단 점이 편입자산의 영업부진과 직결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영성 롯데AMC 리츠사업부문 상무는 '리츠 운용이 개별 점포의 R&D 진도를 막을 수도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통업의 기반은 오프라인 점포이며 이 개별 점포들의 자산 가치를 리츠로써 현실화하는 것 뿐"이라면서 "동종업계가 많이 택했던 세일앤리스백(매각 뒤 재임차) 방식에 비해 앵커리츠(대기업 등이 최대주주로 참여해 자금조달·자산운용·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는 리츠)는 큰 규모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데다 임대료 부담이 적어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츠 투자가 되레 유통사의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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