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화재를 두고 원인 규명이 한창이다. 이번 화재는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으로 석유 제품 또는 기체 결함 등을 지목하고 있다.

2일 소방당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 염포부두에서 정박하고 있던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불이 난 건 지난달 28일 오전 10시50분께다. 이후 불길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석유제품 이송을 기다리던 바우달리안호로 번졌다. 결국 화재는 10시간 반만에 진화됐지만, 이미 선박 2척은 새까맣게 타버린 후였다. 또 하역 근로자와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총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열기와 위험물질이 남아 아직까지는 선박 안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 소방본부와 해양경찰 등은 안전을 확보 되는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화재 당시 울산대교를 건너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모습 (사진=유튜브)
울산대교를 건너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화재 당시 모습(사진=유튜브)

현재 화재 원인으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9번 탱크에 실려있던 스타이렌 모노머(SM)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물질은 제2석유류로 인화점이 31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폭발 위험이 높다. 또 SM은 중합반응을 일으킬 때 열과 압력 등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탱크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 제품을 이송하기 전 준비작업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의견도 있다. 화재 전 바우달리호에서는 석유제품을 옮기기 위해 질소를 공급받아 배관을 청소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위험물질이 누출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는게 해경측 판단이다. 당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실려있던 석유화학제품은 30여종으로, 2만3000톤이 적재돼 있었다.

엔진 가열이나 전기 합선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조선 연구원 관계자는 “선박 화재는 엔진 과열이나 전기 합선 등이 가장 흔하다. 이곳에서 시작된 불길이 석유제품과 만나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공사에서 꾸준히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만큼 사람에 의한 안전불감증 사고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항 (사진=울산항만공사 홈페이지)
울산항 전경. 최근 울산항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울산항만공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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