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해외 담배기업들이 국산 담뱃잎을 사용할 마음이 있었다면, 국내에 생산공장이 아닌 원료공장을 만들었을 겁니다. 게다가 생산공장을 만들 때는 국산 담뱃잎을 사용하겠다고 장담하더니 몇 년째 아무런 소식이 없네요."

국내에서 담배 유통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미국계 필립모리스와 영국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외국계 담배회사의 '배짱 영업' 논란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며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도 국산 담뱃잎은 단 한잎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국산 담뱃잎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여유분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토종 담배업체인 KT&G가 국산 담뱃잎을 전량 구입하기 때문에 수량이 남아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산 담뱃잎은 현재 KT&G가 전량 매입하고 있다. 다만 KT&G는 국산 담뱃잎만으로는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워 해외에서 따로 담뱃잎을 수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외국 담배회사들이 국산 농가가 생산하는 담뱃잎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졌다.(사진=KT&G)

외국계 담배회사 한 업계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담뱃잎을 사용하기 위해 농가와 접촉하기도 했지만, 아직 수확 시기가 아닌 담뱃잎들이 모두 KT&G와 계약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계약된 담뱃잎을 뺏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KTGO) 측 답변은 이와 달랐다. KTGO 관계자는 "외국계 담배회사로부터 '국산 담뱃잎를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KTGO는 국내 잎담배 생산과 위탁 판매 등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다.

KTGO 관계자는 이어 "담뱃잎을 제조하는 원료공장도 국내에 갖추지 않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며 "농가 입장에서는 판매처가 다양해질수록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셈인데, 이를 반대할 농가가 어디 있겠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외국계 담배기업의 '배짱 영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를 의식한 듯 BAT의 한국법인 BAT코리아는 지난 2002년 경상남도 사천에 생산공장을 준공할 당시 "국산 담뱃잎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천공장은 지난 2017년 제2공장과 제3공장을 추가로 늘렸다. 현재 사천공장은 BAT그룹 생산시설 중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6월에는 누적 생산량 3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이는 담배 150억갑(20개비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필립모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필립모리스의 한국법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경남 양산에 생산공장을 운용 중이다. 양산공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 전용 담배 제품인 '히츠(HEETS)'를 생산한다.

아이코스는 '궐련형 전자담배계 아이폰'으로 불리는 제품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출시 초기부터 흡연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현재 업계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절반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향후 양산공장에서 연간 1000억 개비까지 생산 가능하도록 시설 확충 계획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담배기업들이 판매량 감소로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여전히 담배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이나 된다"며 "외국계 담배기업이 국내 담배농가를 계속해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불만이 터질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 제품 아직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경고 그림이 없다 식약처는 올해 말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을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혀, 식약처와 담배회사 간의 2차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편의점 내 담배 가판대.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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