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박물관 주차장은 지난 7월 무인 대리 주차(발레파킹) 시스템을 가동했다. 탑승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폰 앱으로 주차 명령을 내리면 차 스스로 비어있는 구역을 찾아가 주차를 마친다. 출차도 마찬가지로 SAE 레벨 4 기준 완전자율주행으로 이루어진다. 정부당국 승인 하에 이런 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세계최초다.

벤츠 박물관 주차장을 자율주행 중인 시범 차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차 스스로 충전을 다녀올 수도 있다. 다임러(벤츠)의 CASE 전략이 그리는 미래의 한 단편이다. CASE는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와 서비스(Shared & Services), 전동화(Electric)를 뜻한다. 다임러는 미래 지향적인 C,A,S,E를 모두 연결함으로써 전통적인 자동차회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로의 탈바꿈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생활과 이동성을 단순화할 수 있는 편안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직관적 모빌리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벤츠의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든 비전 EQS 공개 직후, 바로 벤츠의 ‘미래車’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요헨 헤르만(Jochen Hermann) 다임러 AG 부사장을 만났다. 그의 직함이 바로 'CASE & e드라이브 개발 총괄'이다. 전기 구동 모빌리티를 위한 파워트레인 부품들과 자동차 시스템 간 결합을 책임지며, 배터리 관련 기술, 연료 전지도 담당 분야에 포함된다. 또한, 새로운 전기 자동차 아키텍처의 전반적인 개발을 맡고 있다. 2016년 이 자리에 임명됐고, 그 전 2년간은 메르세데스-AMG에서 고성능차 개발 총괄을 맡았다.

디지털투데이, 이하 DT) CASE의 네 가지 분야 중 특별히 더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있나?

요헨 헤르만, 이하 JH) 한 분야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 세그먼트에서 최적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CASE는 네 가지가 서로 연동돼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벤츠 전기차 EQC를 충전할 때는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 앱으로 간편결제를 할 수 있다. CASE의 C, 연결성과 E, 전기차를 엮은 경우다.

벤츠 EQC
벤츠의 SUV형 순수 전기차 EQC

DT) EQC의 보수적인 디자인과 범용 플랫폼(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님)에 실망한 이들도 있다.

JH) 그런 말을 들으니 당황스럽다. 그 동안 유럽에서 수 차례 전기자동차 비교 테스트가 이루어졌는데, EQC는 매번 좋은 평가를 받았고 승자로 꼽히곤 했다. 디자인은 취향문제이기도 하지만, EQC 개발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이미 성공을 거둔 SUV 세그먼트에서 기존 고객을 자연스럽게 전기자동차로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너무 앞서가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무난한 디자인을 택했다.

기술면에서도 가속성능이나 주행가능거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벤츠 브랜드의 강점을 지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즉 정숙성, 주행의 안락함, 운전자 보조시스템 같은 것들이다. 운전자를 신경 쓰이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스템에도 공을 들였다.

아울러 벤츠는 2022년까지 순수 전기차 10종을 갖출 예정이니 EQC보다 발전한 디자인을 기대해도 좋다. 오늘 공개한 비전 EQS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 프리미엄 전기 MPV를 표방하는 벤츠 EQV
세계 최초 양산 프리미엄 전기 MPV를 표방하는 벤츠 EQV

DT) 전기차가 크게 늘면 배터리 셀 공급선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JH) 배터리 셀 공급 업체들과는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의 LG, SK이노베이션과 중국의 CATL, 파라시스를 공급선으로 두고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경쟁관계를 유도하고 있다. 다임러는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3개 대륙, 7개 공장, 9개 시설에서 생산 중) 배터리 셀 공급업체들에게도 생산공장 확대(현지 진출)를 기대하고 있다.

벤츠 비전 EQS
차세대 S-클래스 전기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벤츠 비전 EQS

DT) 이번 모터쇼는 여러 업체가 전기자동차를 주전으로 내세웠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벤츠는 어떤 역할을 맡으리라고 보는지?

JH) 전 세계가 ‘카본 프리’를 향해 가는 추세 속에 벤츠는 ‘지속가능 한 모던 럭셔리’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일 것이다. 미래에는 지속가능성이 럭셔리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벤츠는 양심의 가책 없이 누릴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럭셔리를 지향한다. 비전 EQS 디자인이 그러한 방향을 잘 보여준다. 아주 미니멀하지만 동시에 시각을 사로잡는 매력이 넘친다.

2013년 12월, F1 월드챔피언 미하엘 슈마허와 의견을 나누고 있는 요헨 헤르만 부사장(당시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및 능동 안전 기술 총괄 엔지니어)

DT) AMG 같은 고성능 브랜드에서는 노골적으로 전동화를 꺼렸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전동화를 새로운 기회라고 보나? 아니면 여전히 제약인가?

JH) 기회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질주하는 요즘 F1을 보면 알 수 있다(AMG는 F1 경주용 차에 사용중인 ‘EQ 파워+’ 브랜드를 도로용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사용하기로 했다). 전동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주행의 즐거움과 성능 향상 면에서도 기회가 되리라 본다. 특히 AMG 같은 고성능 차에는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벤츠의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Q 파워' 모델들

DT) 수소전기 자동차에 대한 계획도 궁금하다.

JH) 벤츠의 전동화 브랜드 EQ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내연기관에 통합하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EQ 부스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EQ 파워’, 순수 전기차는 ‘EQ’다. 작년에 선보인 GLC 수소전기차(F-CELL)는 EQ 파워, 즉 수소연료전지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함께 적용해 역동적인 특성을 부각하고 고객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 차다. 벤츠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을 정도로 노하우를 갖고 있어 강점인 분야다. 특히 상용차에서는 폭넓게 적용할 예정이다.

DT) 벤츠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 카투고(car2go) 역사는 10년이 넘는 걸로 안다. 우버, 리프트 같은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로는 확대하지 않나?

JH) 선도적이었던 카투고가 점차 진화해 지금은 BMW그룹과 함께 셰어나우, 프리나우, 리치나우, 파크나우, 차지나우 등 다섯 가지 ‘나우’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다섯 개의 조인트벤처에는 자동차 공유와 라이드 헤일링, 대중교통 연계 이동 등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도시에서 차를 소유하길 원치 않는 이들은 물론, 다른 도시를 방문했을 때 하나의 생태계에서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하는 이들도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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