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학벌과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을 가진 개인정보를 이력서에 기재하지 않는 제도다. 이는 모든 지원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변질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비율은 66.4%로 절반이 훌쩍 넘었다. 중견기업도 58.2%가 블라인드 채용 준비를 마쳤다.

이는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특정 정보 요구를 법으로 금지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시행한 효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에는 구인자(기업)가 직무 수행과 관련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할 시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 300만~500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대기업 중 66.%는 블라인드 채용 준비를 마쳤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현재 현장에서 블라이드 채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국내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블라인드 채용 시행 이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비중이 다소 낮아지긴 했다. 수도권 대학 출신이 아닌 신입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그러나 제2외국어를 다루거나, 유학 경험이 있는 '고스펙' 신입들이 여전히 많이 뽑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이어 "고스펙 신입이 늘어나는 원인은 자기소개서에 있다"며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는 본인이 가진 장점과 업무 역량 등을 적는 식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자기소개서가 오히려 자신의 출신과 스펙 등을 알리는 수단으로 전략했다"고 덧붙였다.

자기소개서에 출신과 스펙 등을 교묘하게 적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자신의 부모가 의사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하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라고 하거나 ‘5년 유학 기간 중 느낀 점 입니다’ 등 경험을 가장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편법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아직까지 민간기업에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개인 정보인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 소개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취업정보 포털 인크루트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채용 공고를 낼 때 자기소개서에 스펙이나 학력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적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민간기업에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자기소개서에 적었을 때 감정을 주는 식으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블라인드 채용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벌 위주 인식은 많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람인이 33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8.1%가 "채용에 학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직무와 연관된 조건이 부족해도 학벌이 우수한 직원을 뽑은 기업은 21.0%나 됐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자 출신 학교는 '인 서울' 대학이었다. 응답 기업 45.7%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선호했다. 반면 지방 국립대학 출신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곳은 24.1%에 그쳤다.

선호하는 학교 출신 지원자에 대해서는 채용 과정 중 ‘지원자를 더 꼼꼼히 평가한다’는 응답이 66.7%(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전형 진행 시 우선순위로 선정’(20.4%), ‘가산점 부여’(18.5%) 등 형태로 영향을 미쳤다. 전체 채용 평가 비중에서 평균 32% 정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인이 33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8.1%가 '채용에 학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자료=사람인)
사람인이 33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8.1%가 '채용에 학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자료=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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