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이 원유 위기에 대해 분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을 덮친 근 50년 만의 대재앙이 72시간 만에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이자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은 마치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기라도 한 것처럼, 주말에 발생한 원유 시설 공격으로 인해 소실된 원유의 반가량이 수복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2달 안으로 전보다 더욱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폭풍 뒤 눈속임 같은 평화

이 평화로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기만일 수도 있다. 시장이 9월 14일에 일어난 압카이크(Abqaiq)와 쿠라이스(Khurais) 유전 공격 사태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위기관리 및 보수 능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별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문제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브렌트유 1시간 차트 - 트레이딩뷰 제공
브렌트유 1시간 차트 - 트레이딩뷰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문제가 몇 주, 길면 몇 달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15% 이상 상승했던 유가는 압둘라지즈 왕자의 발언 뒤 7%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변동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단언했던 것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 IPO 보호하기

시장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드론 공격 사태를 수습했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빠른 발표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렇게 움직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듯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인 것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의 IPO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아람코의 목표 가치는 2조 달러(한화 약 2,386조 4,000억 원)에 달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주식 매각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으나, 처음 상장 계획을 밝힌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내내 우려를 사 왔다.

'체면'의 문제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적들 즉, 이란과 예멘의 후티 반군 둘 중 어느 쪽이 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뉴욕 에너지 헤지 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공동 창립자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중요한 것은 IPO이며,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

이번 공격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후티 반군과 이란을 상대로 체면을 세울 필요도 있을 것이다.”

불가항력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는 언급하기를 바라지 않으나 중요도는 비슷한 긴급 사태가 있다. 이미 계약을 맺은 원유를 배송하지 못한다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을 포함해 그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원유를 배송해왔으며 유가 쇼크 속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차마 이 평판에 해가 끼치게 둘 수 없는 것이다. 아람코의 IPO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공격의 여파를 없는 일처럼 밀어내버리는 압둘라지즈 왕자의 발언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대응들일까?

증산 이슈

증산 이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압카이크와 쿠라이스 유전의 파손이 에너지 장관의 주장처럼 쉽게 고쳐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가 제시한 목표 산유량을 달성하거나 뛰어넘는 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아니라면 그 반대의 상황이 될 것이다.

압둘라지즈 왕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9월 말까지 일일 1,100만 배럴, 11월 말까지는 일일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8월 산유량은 일일 985만 배럴이었다. 마지막으로 일일 1,100만 배럴을 생산했던 것은 약 1년 전, 2018년 11월의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 초부터 원유 시장 재균형을 이뤄내겠다는 OPEC+의 목표를 위해 가파른 감산을 진행해왔다. 8월에도 전적이 있든, 언제든지 산유량을 늘릴 능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압카이크 유전의 생산이 며칠째 중단된 이후이니만큼 이번 달 안으로 일일 10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하다.

아람코 CEO 나시르 아민(Nasir Ameen)에 의하면 공격 전까지 일일 490만 배럴 수준이었던 압카이크 유전의 산유량이 약 200만 배럴까지 회복되었다고 한다. 9월 말까지는 완전한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9월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이 목표가 과연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로 손상된 송유관과 유전을 수리하고 열 곳 이상의 원유 저장 탱크를 시험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계약 물량을 맞추지 못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불가항력을 주장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고객과 협상해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다.

투자자 우려

물론 상장 전부터 이런 문제점들이 시장에 알려진다면 아람코의 잠재적 투자자들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뉴욕과 런던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람코의 문제와는 별개로 국내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란에 대한 반격?

그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상된 체면과 이에 대한 대처다. 이란에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서 가장 유의미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요일 저녁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수행한 역할과 사용한 무기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의 '이유'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이란은 이번 사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트럼프 행정부는 다르게 생각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정보와 표적 첩보, 감시능력 등의 보조를 받아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처할 준비'는 되었으나 '전쟁을 치를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미국이 직접 이란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공격 목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바단(Abadan) 정유 시설과 이란 최대의 원유 수출 시설인 하르그(Kharg) 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둘 중 한 곳이라도 공격받는다면 이란은 원유 정제와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지역이나 기지, 또는 이란 혁명 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의 다른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란 혁명 수비대는 이란 외부를 향한 준군사적 작전 대부분을 수행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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