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접속 경로 임의 변경에 대해 방통위가 이용자 보호 등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내리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1심에서 승소한 적 있다. 이에 방통위는 항소를 신청한 상태다. 국내 및 해외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는 판결에 따라 네트워크 품질 유지 의무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에 있다며 망 이용대가 인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법원이 실제 통신 이용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용제한 등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 개정 등 관련 미비한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는 이미 법원이 문제 삼은 관련 규정 미비 개선 및 관련 법 개정을 준비·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동주최하는 ‘페이스북 판결로 본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과방위 소속 변재일(더불어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박선숙(바른미래당), 김경진(무소속)의원은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의 법적 의미와 시사점을 살펴보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제도를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발제에 나선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토론회에서 앞서 설명한 페이스북-방통위 판결과 관련해 이용 제한의 범위를 지나치게 한정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경진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개편해 공정경쟁 확보를 위한 시장규제형 금지행위와 구별되는 이용자 중심의 이용자이익저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역외적용 규정과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원이 페이스북 접속 경로 임의 변경을 이용 제한이 아니라 판단한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법률가는 문리적 해석이 아닌 규범적 해석을 해야 하는데, 법원의 판결은 이용 제한의 범위를 지나치게 한정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판결로 본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백연식 기자)
페이스북 판결로 본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백연식 기자)

이어 “이용자의 이익 저해 행위가 이뤄졌다고 해석했을 경우 이용자 관점의 인식, 상황, 피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EU는 개인정보보호일반규정(GDPR)과 같은 이용자 보호 관련 규제를 기반으로 행정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용자 중심 규제와 국내외 동등 규제라는 원칙을 설정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행위 조항을 시장규제형 금지행위와 구별해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 유형별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CP에 대한 이용자보호 책임을 부여해야 하며 이번 법원의 판결이 이용제한 범위를 너무 좁게 판단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좌장을 맡은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결국은 이용자들이 얼마나 저렴하고, 고도의 품질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 부분이 이번 판결에서 소홀히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운을 뗐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은 품질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부가통신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범위가 약관이 매우 애매하게 돼 있는 경우는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협상력 부재를 봤을 때 글로벌 CP에게 개별적 계약을 하라는 것은 역차별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개별 계약을 나누면 사업자들 분쟁이 발생한다. 요금 인상 서비스 품질, 이용자 이익 저해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사안이 공정거래법상 판결이었다면 정반대였을 것이다.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침해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 1심 판결은 적법성 따진 것일 뿐이다”며 “법원이 판단을 행한 것이 아니다. 법원이 상호접속 고시 및 타당성에 대해 검토 한 바 없다”고 전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본인의 역할이나 기능이 중요하나 현지 서비스 및 사회적 책무 등 이런 부분들이 시간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지 않나, 초심 잃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 연장선에서 라우팅 변경이 발생했다. 이용제한 범위를 매우 좁게, 협소하게 판단했다. 국내 통신 환경에 대한 오해가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피해를 충분히 예측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도 “법원이 국내 통신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용자 이익 저해의 현저성을 판단했는데, 이용자 이익의 상대성과 개별국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법상 CP를 이용자가 아닌 공급자로서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상호접속제도 개정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사후규제를 담당하는 방통위 등 정부 측은 합리적 제도방안을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인터넷상호접속제도에 대해 “인터넷 트래픽 교환과 관련해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 것이다. 제도 개정으로 ISP가 CP에 접속대가 인상을 요구해 접속경로를 불가피하게 경로 변경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재 상호접속제도 연구반을 운영 중에 있으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연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페이스북이 국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며 “1심에서 패했는데 본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다시 준비를 잘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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