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진그룹과 행동주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펀드)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돈다. KCGI가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한진칼의 2대주주이기도 한 KCGI는 지난해부터 한진그룹과 갈등을 벌여왔다. 당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확보하면서 조원태 회장 일가(28.93%)의 경영권을 위협한 바 있다. 

17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KCGI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대표이사,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한진칼이 1600억원 상당 단기차입금을 증액한 일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KCGI는 이 차입금을 '독립적인 감사선임을 저지하기 위한 불필요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KCGI가 2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감사 선임을 할수 있게 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벌인 행위라는 주장이다.

KCGI 강성부 대표,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한진그룹의 대주주로 등극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KCGI 채널)

실제로 지난해 한진칼은 단기차입을 통해 자산총액 2조원을 넘겼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회사는 1인 감사 체제를 3인 이상의 감사위원회로 바꿔야 한다. 

이는 한진그룹에게 유리하다. 감사 선임에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감사위 구성을 위한 사외 이사 선임에는 대주주에게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 배경에 대해 KCGI는 "지난 8월8일 한진칼에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에 찬성한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으나 회사 측이 소제기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까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아 결국 상법 제403조 제3항에 따라 한진칼을 대신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신규차입금이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으로 쓰이지 않았고, 최소 1050억원은 차입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고스란히 중도상환됐다"며 :"이는 명백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KCGI가 제기한 소송은 빠르면 올해 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에서 실제 재판이 열리기까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KCGI 측이 승소할 경우 배상액은 전액 한진칼에 귀속된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측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KCGI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한진그룹과의 갈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는 항간에 떠도는 KCGI에 대한 의혹들을 해소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KCGI는 언론 접촉 등이 적어 상대적으로 목적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채널에 올라온 대부분 영상은 KCGI 강성부 대표가 직접 출연해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먼저 채널 개설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KCGI에 대해) 일종의 프레임을 씌우는 부분이 있다. 이는 편향된 기사 때문"이라면서 "일종의 캠페인으로 생각하고 대주주, 나머지 주주, 직원, 사회 전체를 계속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유튜브 방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KCGI가 한진칼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등은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경영권 찬탈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글로벌 항공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 안쪽인데 대한항공은 반기 말 기준 900%에 가깝다. 쓸데없는 호텔 부지 등 유휴자산을 과도하게 가진 데 있다”며 “과도한 자산은 덜어내고 운송 전문 기업다운 모습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올해 초 주총에서 KCGI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사진=대한항공)
KCGI가 한진칼 회장, 대표이사, 임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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