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택배시장 육성을 앞세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을 두고 노동계와 사측 간 견해 차이가 도드라진다. 이 법안에 대해 사측은 "일방통행"이라며 반발하는 데 반해,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주장해 온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명은 지난달 2일 생활물류법을 발의했다. 종전 차량의 운송과 중개 등 전통물류산업에 머물러 있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는 생활물류산업 전반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택배차량을 신규 증차하고 물류센터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데 더해 택배기사와 소비자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게 발의된 법안의 골자다.

택배사 "업계 목소리 수렴 안해...전면 재검토해야"

17일 현재 이를 놓고 택배업계 안팎에선 생활물류법이 산업을 발전시키기보단 시장 혼란만 가중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단체의 이해관계만 반영하고 있단 점에서다.

서울시 중구 소재 한진택배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시 중구 소재 한진택배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해당 법안은 생활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제정 목적에 들어맞기 위해선 택배업체와 대리점, 택배기사의 책임과 의무를 아울러서 규정해야 한다. 그러나 법안에선 택배기사들의 권익만 보장돼 있고 이들이 집화·배송 등을 거부할 때를 고려한 제재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부적으론 대리점과 택배기사에 대한 보호 의무를 택배업체들에 지우게 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 제10조에선 사업자와 노동자 간 장기간 위탁계약 기간을 유도하고 있고 제18조 등에선 산업재해 발생 시 택배사가 운송위탁계약 체결을 오랜 기간 못하게 조치하고 있다"면서 "택배회사가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헌법 상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각 이해관계자가 갑을 관계로 인식돼선 안 되며 한쪽이 상대에 대한 지도 권한을 가지는 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어기는 게 된단 얘기다.

해당 법안이 택배업체에 국한한 이중 처벌과 과잉 제재를 담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엔 택배사로 하여금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사망 재해가 발생한 경우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받게 하고 있다. 그런데 발의 법안에서도 택배업체에만 운송위탁계약 체결금지와 등록취소 등 사업 중단을 뜻하는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한 이중 처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지난 5일 전국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가 서울시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건물에서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실태 및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택배연대노조 제공)

이와 관련 지난 15일 국내 굴지의 택배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생활물류법에 대한 택배업계 입장'을 내고 이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현재 발의된 법안으로는 택배서비스 이용자의 피해를 확대하고 업계 구성원들의 사업의지를 무너뜨릴 여지가 크다"면서 "지금이라도 법 내용을 다시 검토해 실효성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 "택배사 책임에 집중...처우개선 기대"

반면 택배기사들은 오히려 법 제정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기사의 계약 환경과 작업 안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디지털투데이에 "발의 법안은 '대리점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사고 대비 안전장치 확충' 등 택배사 측 책임에 집중한 데다가 '일자리 안정'과 '요금에 대한 백마진과 리베이트 금지' 등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개선에도 힘 썼다"고 말했다.

김 선전국장은 이어 "이커머스의 발달로 이륜차 시장이 급격히 커졌지만 직결되는 지원책과 사업법이 없어 기사들이 갖은 중간착취에 시달려 왔다"면서 이번 발의가 이륜차 배송 종사자들의 권익 증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택배사들이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생활물류법 제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관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 서기관은 "사전에 입법 시한을 정해두지도 않았고 정부는 국회의 입법 일정을 전적으로 따르는 상황"이라면서 "협회의 입장문 발표를 인지하고 있으며 양편 간 의견을 조율하고자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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