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반일감정 탓에 국내 항공업계는 명절 특수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방문한 국내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더욱이 이같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당시 일본은 제외 이유로 북한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법원이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자 보복성으로 하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취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갈등은 양측 국민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NO재팬'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나 여행 자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에 국내 항공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일본 노선은 ‘황금 노선’으로 불리며, 항공업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NO재팬' 운동이 계속되자 일본행 노선을 축소하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 추석 명절에 일본으로 떠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대한항공)
올해 추석 명절에 일본으로 떠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대한항공)

그 여파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추석 연휴 기간동안 일본 여행객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기간 동안 일본을 찾은 우리나라 여행객은 11만9572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절반 이상 감소한 5만6468명만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반면 국제선 여행객은 지난해(2만8084명)와 비슷한 수준인 2만7602명이었다. 일반적으로 연휴가 짧으면 가까운 일본 여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파리만 날린 셈이다.

일본행 노선의 빈자리는 제주도와 동남아 노선 등이 채웠다. 올해 추석 연휴기간 베트남 출국자는 7727명으로 지난해 대비 64% 늘어났다. 이중 가장 많이 찾는 도시는 다낭(5235명)이었고, 이어 하노이(1492명), 나트랑(1000명) 순이었다.

대만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올해 추석 연휴에 대만을 찾은 여행객은 5891명으로, 지난해보다 292% 증가했다. 이외에도 제주도와 중국 역시 여행객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당분간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양국간 갈등이 아직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한 최근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코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갈등에 불이 붙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욱일기 사용 중단을 요구하며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일감정을 말하는 목소리만 줄었을 뿐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추석 연휴 때 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반짝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초라한 숫자다. 앞으로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항공사들이 동남아 노선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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