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화웨이의 5G 기술 및 노하우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게 공유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5G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화웨이는 백도어(시스템에 무단 침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치로 정보를 빼내 중국 정부에게 넘긴다는 의심을 미국 등 국제 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은 스파이 의혹에 대한 것을 해소하고 5G 패권을 두고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및 이코노미스트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화웨이의 5G 기술과 노하우를 미국 등 서방 회사에 전면 개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에서 런 회장을 인터뷰한 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런 회장이 아직 미국 회사들이 화웨이의 장비를 설치하는 데 불신이 있다면, 화웨이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관련 제품을 생산·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화웨이의 5G 전체 플랫폼 사용권을 판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런정페이 회장이 “미국 회사는 그들의 보안 요건에 맞춰 화웨이로부터 사들인 5G 기술을 변형하거나 소프트웨어 코드를 바꿀 수도 있다”며 “미국은 이를 통해 정보 보안을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5G의 기술과 노하우는 5G 특허권과 면허, 기술계획, 생산공법 지식 등이 해당된다. 사실상 5G 장비의 개발과 제조, 판매에 필요한 기술을 외국 기업에 모두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앞서 미국 정부에서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동맹국에 화웨이 배제를 요구한 데 대해 일종의 타협점 및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CEO (사진=화웨이)
런정페이 화웨이 CEO (사진=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은 이를 통해 화웨이에 의한 정보 유출 우려도 가라앉을 것이라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에 차세대 산업의 중요 인프라인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삼성에 이은 세계 2번째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세계 최대 5G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탓에 미국 등에서 제품 판매는 물론 부품과 운영체계(OS)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런 회장은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5월 경 “우리는 5G 기술에 자신 있고 (전 세계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이 여기서 생산해 달라고 부탁해도 가지 않겠다”고 언급한 적 있다.

프리드먼은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와중에 이뤄진 런 CEO의 이번 제안은 미국에 “올리브 가지를 흔든 것”이라며 “화웨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에 도움이 되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호석 리마키야마 연구원은 “문제는 제조·판매사로서 화웨이의 신뢰성이 아니라, 공산당이 화웨이를 통제하는 중국의 법률적 의무”라며 “이번 제안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曾銳生) 교수는 “화웨이로서는 북미와 서유럽, 호주에서 화웨이의 사업 기회를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우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작다는 인식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 지적재산권 조사분석회사인 아이피리틱스(IPlytics)에 따르면 5G 표준필수특허 분야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15.05%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는 13.82%로 2위, 삼성전자는 12.74%로 3위, LG전자는 12.34%로 4위다. 중국 ZTE는 11.7%로 5위, 퀄컴은 8.19%로 7위다.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란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기술 특허를 말한다. 5G 표준필수특허를 확보하게 되면 5G 기지국을 포함한 인프라 확산과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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