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괴롭힘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회사와 거리두기' 한창
'직장내괴롭힘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회사와 거리두기' 한창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9.1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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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사로 구성된 단톡방서 잠시 '탈출'
결혼-연애 등 불필요한 덕담엔 응수 안해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추석을 맞는 직장인들이 '회사와 거리두기'에 한창이다. 동료와 상사들로 구성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톡방을 잠시 나간다든가 결혼과 연애 등과 관련한 불필요한 덕담에 응수를 하지 않는다든가 등의 방법을 통해서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만큼 사업장 안팎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통상 휴식기로 여겨지는 '명절'은 일부 직장인들에겐 '부담과 압박'을 주기도 했다. 지난 7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사내 갑질 실태를 조사한 한 결과, 직장인들의 '직장 갑질 감수성 수준'이 평균 68.4점으로 자체기준 상 D등급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는 감수성 수준을 A~F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등급이 낮을수록 본인의 행동이 갑질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응답 점수가 D등급인 문항엔 '휴일 중 체육대회와 야유회 진행'과 '휴일과 명절 중 근무', '업무시간 외 SNS 업무 지시' 등이 포함됐다. 명절과 휴일에도 연장 업무를 하는 이들이 많단 얘기다.

지난 7월16일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엔 이같은 애로가 감안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사가 명절과 휴일 등에 여러 차례 이메일과 SNS 등의 연락을 하는 경우' '불필요한 추가 근무를 강요할 경우' 등도 괴롭힘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요건을 충족한다면 발생 장소가 꼭 사업장일 필요는 없다. 사내 메신저나 SNS 같은 온라인 상 괴롭힘도 처벌 대상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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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일대. (사진=신민경 기자)

최근 들어 재계도 법 시행에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명절 연휴 동안 업무가 많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일부 선정해 가족을 서울 잠실동으로 초청한 뒤 함께 시간을 갖게끔 지원하기로 했다. 뽑힌 2명과 그 가족들은 오는 12일부터 양일간 KTX 비용과 롯데호텔 숙박과 식사권 등을 제공 받는다.

또 지난달엔 편의점업체 CU가 '명절 휴무 자율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설과 추석 등 명절에 휴무를 원하는 가맹점들은 매장 상황을 고려해 휴무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본사 지역영업부와의 협의를 통해야 했던 종전의 방식에서 점주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명절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명절 연휴에도 메신저를 통해 정보 링크를 끊임 없이 공유하는 상사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명절 당일 이뤄지는 SNS상 업무지시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는 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명절이나 개인적 연차 날짜가 다가오면 당일 SNS 단체채팅방을 나간 뒤 휴일이 끝나는 날 다시 돌아온다"면서 "일하지 않는 날에도 상사들의 업무 관련 이야기에 시달리기 싫어서다"고 했다. 정보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또 "명절에 임박하면 SNS를 통해 상사나 동료로부터 불필요한 덕담을 듣곤 한다"면서 "친척들의 덕담도 싫은 마당에 회사에서까지 압박 받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며칠 전부턴 아무 말도 안 하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노사 변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간 직장 업무와 관련해 꾸준히 제기되던 개선 사항들이 법의 시행으로 촉진될 수 있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오계택 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디지털투데이에 "과거엔 일이 삶의 큰 부분이라는 생각이 직장인들을 지배해 '업무시간 외 근무'가 당연하게 이뤄졌었다"면서 "이 악습을 끊어낼 가능성을 보는 시기가 '법 시행'과 '명절'이 맞물리는 지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바람직하지 못했던 일터의 풍속이 저년차 직장인들을 위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서 "이들의 용기에 고참 직장인들의 이해가 더해지면 근로시간 단축효과 등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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