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폐업을 목전에 둔 이니스프리 점주들이 아모레퍼시픽에 상생을 촉구했다. 오프라인에서 점주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본사가 온라인 구매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의 가격차를 줄이고,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게 되는 곳에 대해선 회사 차원의 지원을 통해 앞날을 함께 궁리해 달란 얘기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소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맹점이 적자를 만회하도록 상생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가 9일 오전 11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상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협의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 본사 제품을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7일 본사 가격정책에 따라 가맹점이 2만2000원에 팔던 '비자 시카밤'을 쿠팡에는 1만1650원에 내놨다. 같은달 29일에는 기준 가맹점에서 정상가 2만원에 팔던 '그린티 씨드에센스 로션' 제품을 쿠팡에선 1만460원에 판매한 바 있다. 온라인 시장의 무차별 할인경쟁으로 오프라인 가맹점 내 소비자 이탈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되레 점주들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협의회 측 주장이다.

회사와 점주의 '판촉비용 산정방식 개조'도 협의회가 요구하는 항목들 가운데 하나다. 협의회에 의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판촉활동 시 발생하는 할인금액에 대해 가맹점주로 하여금 3분의 2만큼의 금액을 부담하게 했다. 복잡한 산정법과 불규칙한 정산금 지급에 따라 가맹점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전혁구 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판촉이나 할인 행사 땐 본사 매출 증대 효과가 큰데도 점주들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있다"면서 "행사 전 점주들과 사전에 협의를 통해 분담비율을 정하되 최소 50:50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매출과 수익성이 낮아져 폐점을 하게 될 시 본사 측 퇴로 보장 방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장명숙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점주들도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점주들이 브랜드 가치를 성장시킨 주역인 만큼 저매출 점포들이 질서 있게 퇴장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장 협의회장은 "종전 36개월 기준으로 적용했던 본부 측 인테리어공사 지원에 대한 위약금을 없애고 폐점 시 반품 기준을 완화해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가 9일 오전 11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상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가 9일 오전 11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상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협의회는 이날부터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인 아리따움과 에뛰드 가맹점주협의회, 방문판매 대리점협회와 손 잡고 본사를 향한 공동 대응을 추진할 전망이다.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정채겡 대항하려면 관련 단체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면서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이곳에서 '릴레이 집회'를 열 계획이며 전국의 이니스프리 매장 앞에 불공정 갑질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할인행사 비용 분담과 관련해서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가맹본부의 비용 분담률을 상향 조정해 가맹점의 분담 수준이 줄었다"면서 가맹점이 전체 부담금의 60%를 내고 있다는 협의회 측 주장을 반박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본부는 다수 온라인몰에서 진행 중인 할인율에 대해 오프라인 가맹점과 유사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오프라인 가맹점과 이니스프리 공식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멤버쉽 회원만 누릴 수 있는 단독 판촉행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니스프리는 가맹점 단체와 정기 간담회를 통해 매장 운영상의 애로를 듣고 본사 정책에 가맹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번 집회의 전달사항도 귀 기울여 듣고 상생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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