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Arbejdsglæde’
이 생소한 단어는 덴마크어로 ‘일’, 읽기로는 ‘아바히스드’로 발음한다. 하지만 숨겨진 뜻이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일터에서의 행복’이라는 의미다.
9만 시간, 보통의 직장인이 평생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측정치로, 10년 동안 24시간 내내 직장에 있어야 하는 수치. 하지만 ‘행복’은 직장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직장은 스트레스와 가깝다.
지난 5월, WHO는 제11차 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에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질병의 하나로 분류했다. 직장이 회사원의 건강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정한 것. 직장은 행복은커녕 질병의 원인은 되는 사회다.
대부분 기업은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요소로 여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HBR에 따르면, 기업 내 구성원이 행복할 경우 매출은 37%, 수익은 31% 오른다. 생산성 측면에 있어서도 약 3배 증가한다고 전했다. 또 행복한 기업의 주가는 행복하지 않은 기업과 약 2배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터에서의 행복’은 가능한 단어일까?
6일 세빛섬 가빛에서 ‘컨퍼런스 창(窓) 2019: Self, Work & Happiness’(이하 컨퍼런스 창 2019)가 열렸다. 화제인(대표 조미호)이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 창 2019’에서는 ‘나, 일, 그리고 행복’이라는 주제로, ‘회사와 직원이 행복을 함께 실현하는 길’을 제시하고 논의됐다.
메인 연사로 나선 마이클 팽 아이데오(IDEO) 대표는 ‘행복한 문화 만들기’에 대해 전했다. 마이클 팽 대표는 우선 아이데오라는 디자인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사람 중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마이클 팽 대표는 “사람들은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단지 예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직원의 행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성원을 강제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이는 많은 기업이 ‘행복한 회사 만들기’라는 명목으로 여러 복지 제도를 추진했지만, 구성원의 행복도는 높아지지 않았다.
마이클 팽 대표 역시 “구성원의 행복은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하며, “기업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어떤 조건이 있으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는 것.
구성원 행복하게 할 기업의 6가지 조건
그렇다면 기업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어떤 상황을 제공할 수 있을까?
마이클 팽 대표는 그 행복의 조건으로 ▲ 조직 적응을 돕고(Align biginnings) ▲ 강력한 팀을 구축하고(Build Camaraderies) ▲ 다양성을 추구하며(Celebrate Diversity) ▲ 실험을 지원하고(Design Experiments) ▲ 변방을 찾게 하고(Explore Fringes) ▲ 서로 감사하도록 도와야 한다(Foster Gratitude)는 6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마이클 팽이 설립한 아이데오에 적용된 조건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아이데오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30일에 걸쳐 오리엔테이션과 공식적인 적응 기간을 부여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1일이면 끝나는 절차다.
긴 적응기간은 두번째 조건인 강력한 팀으로 이끄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데오는 기본 업무 외에 매주 월요일은 쿠킹 프로그램, 화요일은 요가 클래스, 수요일은 문화 교류 시간을 구성원에게 제공한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기업 안에서 행복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구성원의 자발적 선택으로 행복은 자연스럽게 세번째 조건인 자신 외 다른 구성원에 대한 인정, 다양성의 추구로 확대된다. 마이클 팽은 “구성원들은 이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 최선의 아이디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실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구성원들에게 행복의 조건이 된다. 실험은 실패를 열어둔다는 의미.
마이클 팽 대표는 그 사례로 90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바버라는 90세의 여성은 아이데오에서 일하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다”며, “다른 기업이라면 무시했겠지만, 우리는 다르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버라는 25세 팀원과 같이 일하며,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해줬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팽은 이러한 기업의 실험을 통해 변두리, 즉 기업이 알지 못한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으로, 자신과 구성원의 행복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기업에 있다면 더 나은 조직으로 나아갈 것이라 덧붙였다.
“문화와 기업의 비즈니스는 분리할 수 없다”
더불어 마이클 팽 대표는 직장인에게 “행복을 위해서 우선 자신이 왜 일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작게 자주 시도하다 보면 추진력을 받고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팽 대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하나만 바뀌면 모든 게 많이 바뀌리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